1조 원대 미정산금을 남기고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한국 티몬·위메프(티메프)의 모(母)회사 싱가포르 큐텐(Qoo10)이 현지에서도 정산 지연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물건을 배송한 뒤 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들이 소송 제기 등 법적 절차를 밟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싱가포르 정부도 사건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13일 싱가포르 공영 CNA방송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정산금을 받지 못한 일부 판매업체가 경찰에 신고하거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큐텐은 한국 1세대 이커머스 업체인 G마켓을 창업한 구영배 대표가 2010년 싱가포르에 설립한 회사다. 이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중국, 홍콩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한때 싱가포르에서만 시장 점유율 95%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티메프를 비롯해 인터파크, AK몰 등 국내 커머스를 인수하며 세를 키웠다.
그러나 지난 7월 한국에서 1조2,790억 원 규모 티메프 미정산 사태가 발생하며 그룹도 사실상 멈춰 선 상태다. 당시 큐텐에 입점한 한국 판매업체와 현지 셀러 등도 상당수 이탈했다. 지난달에는 싱가포르 본사 직원의 80%도 정리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싱가포르 사업을 완전히 접지는 않아 현지 소규모 업자들은 지금까지도 판매를 이어갔는데, 정산 지연으로 손해가 커지자 법적 대응에 나선 셈이다. 2014년부터 큐텐을 통해 유아용품을 판매한 업체는 “정산 대금을 받기까지 통상 2, 3주가 걸렸다"며 "(이제는) 2만1,000싱가포르달러(약 2,160만 원) 정산을 요청한 지 2개월 가까이 지났다”고 말했다.
CNA방송은 접촉한 판매자 11곳 중 8곳이 ‘큐텐 정산을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한 업체는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요청한 결제 대금을 이달 10일에야 지급받았고, 큐텐과 정산 문제로 거래를 끊은 곳도 있었다. 최근 판매를 중단한 식품업체는 “정산 문제를 더 언급하고 싶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면서 큐텐 측의 추가 대응을 기다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상황에 대해 큐텐은 '기술적 오류' 탓에 정산이 늦어졌을 뿐이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한국에서 사태 발생 초기 ‘전산상 오류’라고 해명했던 것과 꼭 닮았다.
논란이 커지면서 싱가포르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루이스 추아 노동당 의원은 지난 10일 정부에 큐텐의 정산 지연 문제 조사 여부를 질의했다. 이에 간킴용 통상부 장관은 “당국은 여러 판매자로부터 정산 지연 문제에 대해 들었다”며 “큐텐에 즉각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고 답했다. 또 “큐텐 자회사(티메프)와 관련된 한국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싱가포르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하기 위해 회사 측과 접촉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