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에 힘을 쏟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0개월 만에 처음 순매도로 돌아선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더욱 빠르게 증시에서 자금을 빼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 2조5,090억 원을 순매도했다고 13일 밝혔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금액(시가 기준)은 전달 대비 50조6,000억 원이나 감소한 802조1,000억 원(전체 시가총액의 29.2%)으로 집계됐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팔자'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조1,810억 원을 순매도했고, 코스닥에서는 3,280억 원을 순매도했다. 국가별로는 영국이 1조9,720억 원 순매도하는 등 유럽이 가장 큰 폭으로 빠져나갔으며, 아랍에미리트가 3,390억 원, 미국이 3,150억 원을 순매도했다. 보유 규모로는 미국이 322조4,000억 원으로 외국인 전체의 40.2%를 차지했고, 그 뒤를 유럽(248조4,000억 원, 31%), 아시아(115조5,000억 원, 14.4%) 등이 이었다.
이달 들어서는 외국인의 매도세가 더 강해지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12일까지 9영업일 만에 국내 주식 3조9,000억 원가량을 순매도했고, 보유금액 감소분은 지난달 전체 감소분에 맞먹는 50조4,000억 원에 달했다. 이달의 절반가량 지난 현재까지 올해 들어 최대 순매도 규모다.
대신 외국인은 국내 채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외국인 채권 투자자금은 지난달 54억7,000만 달러 순유입되면서 전월(3억8,000만 달러)에 비해 14배 이상 급증했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심화하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줄어들어 주식 시장에서 자금을 빼고, 단기 차익을 거둘 수 있는 단기 채권에 투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외국인 주식자금이 크게 빠져나간 이유에 대해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전기전자 업종에 대한 매도가 확대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