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콩나물로 유명한 풀무원 '냉동 김밥' 출사표…왜 미국 아닌 중국으로 갔나

입력
2024.09.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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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냉동 김밥 제품 첫 출시
중국 대형마트 샘스클럽 진열
미국서 김밥 열풍 불었지만,
제품 출시 늘어 '레드 오션' 판단
경쟁 제품 없는 中 진출 선택


Tuna Kimbab(참치 김밥)


최근 중국 현지 대형마트인 샘스클럽의 냉동식품 코너에 익숙한 제품이 자리를 잡았다. 바로 냉동 김밥이다. 미국에서 열풍을 일으킨 우리나라 냉동 김밥이 중국에도 진출한 것이다. 그런데 제조사가 낯설다. 두부와 콩나물, 계란 등으로 유명한 풀무원이다. 실제 풀무원이 냉동 김밥을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13일 "중국에 수출하려고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했다.

풀무원이 김밥 사업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1년 전 미국 현지에서 이른바 'KIMBAB' 열풍이 불면서다. 2023년 8월 한인 모녀가 냉동 김밥을 먹는 틱톡 영상이 화제를 일으키며 미국 대형 식료품 체인 중 하나인 트레이더조(Trader Joe's)의 560여 개 매장에 납품한 냉동 김밥이 한 달도 안 돼 다 팔렸다. 이 김밥은 경북 구미시 중소 식품업체 올곧이 만든 제품이었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 "Please stop buying the frozen Kim-bab."(제발 냉동 김밥 그만 사가세요) 글이 올라올 정도였다. 풀무원이 김밥의 수출 가능성을 확인한 계기였다.



다만 미국 시장은 경쟁이 너무 치열했다. 롯데웰푸드2월 올곧에 위탁 생산을 맡기고 간편식 브랜드 '쉐푸드'를 적용해 미국에 냉동 김밥 3종을 선보였다. 사조대림도 4월부터 냉동 김밥을 미국 등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반면 중국 주요 유통 채널에서는 한국식 냉동 김밥을 찾아볼 수 없었다. 무주공산(無主空山)이었다. 또 우리나라와 같은 쌀 문화권이라 김밥에 거부감이 적다는 점도 긍정적이었다. 게다가 풀무원은 2009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기만 하면 되는 냉동밥을 국내에서 처음 출시한 곳이었다. 냉동 김밥 생산도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고 제품을 무턱대고 개발했다가 주요 유통 채널에 입점하지 못하면 난감할 수 있는 상황. 이에 풀무원은 중국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인 샘스클럽 측에 관련 내용을 제안했다. 샘스클럽은 미국 월마트 산하 브랜드다. 다행히 샘스클럽 또한 냉동 김밥 열풍이 미국을 넘어 중국에 상륙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또 중국 유통 채널 중 가장 먼저 한국식 냉동 김밥을 입점시켜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생각도 강했다고 한다. 이후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결국 최근 중국 전역 샘스클럽 전 매장(49곳)에 풀무원 참치 김밥이 진열됐다. 풀무원 관계자는 "9월에만 총 13만6,000봉, 낱개로 40만 줄 이상 김밥이 수출될 예정"이라며 "연 62만 봉 수출이 목표"라고 했다.


간편식 파스타로 中 시장 뚫었다


풀무원은 이미 난공불락 같은 중국 시장을 공략해낸 경험이 있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 '푸메이뚜어(圃美多) 식품'을 세우며 중국 시장에 진출한 게 2010년. 대리상이 아닌 현지 유통업체를 직접 접촉하고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을 공략하는 현지화 전략을 고수했다. 시간도, 돈도 많이 들었다. 매년 적자였다. 그러다 중국 진출 10년 만인 2020년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주력 상품인 간편식 파스타는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많이 팔리고, 핫도그와 두부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5년(2019~2023년) 동안 중국 매출 성장률은 연 평균 40%에 달한다.

윤성원 풀무원 중국법인 마케팅본부장은 "샘스클럽에서 검증되는 냉동 김밥 실적을 바탕으로 다른 채널로 입점을 확산하고 한식 밥 카테고리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