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검찰 수장인 이원석 검찰총장이 2년 임기를 마치고 떠났다. 그는 26년간 몸담은 조직을 떠나면서 "검찰 만능론자와 검찰 악마론자 양측으로부터 비난과 저주를 묵묵히 견디고 소명의식과 책임감으로부터 버텼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 총장은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별빛도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끊임없는 비바람과 거친 파도에 맞서 힘겹게 사나운 바다를 헤쳐나가야 했다"면서 2년 임기를 돌이켰다. 그는 윤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 총장 직무대리(대검 차장검사)를 맡았다가 넉 달 뒤인 9월 정식으로 총장에 임명됐다. 15일 총장 임기(2년)를 모두 채워, 직무대리 포함 2년 4개월 만에 직을 내려놓게 된다.
이 총장은 "이해관계에 유리하면 환호하여 갈채를 보내고, 불리하면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됐다"며 검찰이 처한 시대적 상황에 대해 극단적 양극화에 빠진 '소용돌이의 사법시대'라고 규정했다. 그는 "한쪽에서는 검찰독재라 저주하고, 한쪽에서는 아무 일도 해낸 것이 없다고 비난하며, 한쪽에서는 과잉수사라 욕을 퍼붓고, 한쪽에서는 부실수사라 손가락질한다"면서 "옳고 그름이 아니라 오로지 유불리에 따라서만 험한 말들을 쏟아내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마주하는 모든 일마다 '증거와 법리'라는 잣대만으로 판단하고, 국민만 바라보며 결정하려 노력했지만, 국민의 기대와 믿음에 온전히 미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검찰 구성원들을 향해 그는 "소용돌이 사법 시대에 양 극단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오로지 증거와 법리만을 살펴 접근해야 하고, 개인이나 조직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추진한 검사 탄핵과 검찰 폐지 입법, 인력과 제도 문제 등을 거론한 뒤 "'군자는 의(義)에 민첩하고 소인은 리(利)에 민첩하다'는 옛말이 있지만, 의에 민첩하면 시간이 걸려도 저절로 리가 따라올 것"이라고도 제언했다.
임기 내내 힘썼던 민생범죄 대응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총장은 "(취임 후) 검찰의 존재 이유를 되물었다"면서 이어 "민생범죄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결론을 금세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디지털성범죄, 스토킹, 혐오범죄,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아동학대, 마약, 음주운전, 금융·증권범죄에 역량을 집중했다"고 자평했다. △각종 합동수사단 등 민생 범죄 대응을 위한 관계기관들과 협력 △산업재해 예방 및 임금체불·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엄정대응 기조 확립 △제주 4·3, 납북귀환어부, 5·18 관련자의 직권재심과 명예회복 추진 등 그간의 노력도 되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