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 91억 원을 조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원준(52) 전 신풍제약 대표가 2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법원은 횡령액이 다소 줄어든 점 등을 고려해 감형했지만 장 전 대표를 법정구속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윤승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장 전 대표에게 12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장 전 대표가 부친 고 장용택 전 신풍제약 회장 사망 후인 2016년 3월부터 비자금 조성에 가담했다고 보고, 91억 원 중 8억여 원의 비자금만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나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일부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단, 무죄로 뒤집으면서 형량이 1년 줄었다. △장 전 대표가 횡령액 상당액 등을 송금하는 등 피해 회사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사측이 장 전 대표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도 감안했다.
재판부는 "장 전 대표는 1년 5개월간 8억 원이 넘는 비자금을 횡령하고 허위 재무제표를 작성 등으로 이를 은닉했다"며 "이는 기업의 신뢰도 하락을 초래해 회사는 물론 주주들과 임직원들에게 무력감을 안겨줬다"고 질책했다.
장 전 대표는 2008년 4월~2017년 9월 원재료 납품단가를 부풀리거나 거래한 것처럼 꾸민 뒤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91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해 3월 불구속 기소됐다. 올해 1월 1심 재판부는 "비자금 관련 범행은 장 전 회장이 주도해 시작된 것으로, 장 전 대표가 처음부터 개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날 횡령 방조 혐의로 함께 기소된 무등록 대부업체 대표 이모씨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 역시 1심 선고형인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보다 감형 받았다. 양벌규정으로 함께 기소된 신풍제약은 1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 핀단을 받았다. 대부업체는 1심의 벌금 1,000만 원 선고가 유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