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진영 주변이 동요하고 있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첫 TV 토론에서 트럼프가 크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토론 다음 날인 11일(현지시간) 외신들은 트럼프 측의 침체된 분위기를 앞다퉈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공화당 전략가·의원들이 트럼프의 부진 탓에 캠페인이 치명상을 입었다고 여기지는 않지만 트럼프의 재집권 가망이 토론 뒤 한층 불확실해졌다는 것은 다수가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한 트럼프 측 핵심 기부자는 FT에 “모멘텀(상승 동력)을 잃어가던 해리스에게 트럼프가 회생 기회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공화당원들이 트럼프와 해리스 간 결전이 방영된 뒤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자신의 토론 성적을 과장한 것은 자기가 못했음을 자인했다는 사실의 방증”이라며 “비공개 자리에서 그의 측근들이 하는 평가는 그와 다르다”고 꼬집었다.
당장 지지자 이탈 조짐이 보인다. 전날 미국 CNN방송이 공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지지자의 23%가 변심 가능성을 내비쳤다. 6%는 아예 토론을 본 뒤 마음이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박빙 승부에서는 작은 차이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미국 워싱턴포스트 경고다. 시청률조사업체 닐슨은 온라인 플랫폼 시청자를 제외해도 약 6,700만 명이 전날 토론을 지켜봤다고 밝혔다.
파장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 가뜩이나 해리스 측보다 열세인 선거자금 모금 실적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어서다. 선거 막판 광고 등 지출의 균형을 맞추려면 당분간 후보가 유세 대신 모금에 나서야 한다. 실제 해리스 부통령과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경합주(州)인 노스캐롤라이나와 미시간에서 유세할 예정인 12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러닝메이트 JD 밴스 상원의원은 각각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에서 모금 행사를 뛴다.
기세가 오른 해리스 캠프가 전날 두 번째 토론을 제안했지만 트럼프 측 반응은 시큰둥하다. 위축된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만회는 물론 거액 모금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추가 토론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해리스의 결정적 한 방이 없었던 데다 녹아웃(KO)을 당한 것도 아닌 만큼 승부는 이제부터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트럼프 자신이 2016년 대선 당시 첫 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완패(28% 대 60%)하고도 당선된 적이 있고, 2012년 대선도 승리는 당시 공화당 후보 밋 롬니 상원의원과의 첫 토론을 망친(27% 대 62%)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차지였다. 토머스 슈워츠 미국 밴더빌트대 교수는 본보에 “토론은 해리스가 이겼어도 양극화 상황에서 선거가 초접전이 되리라는 것은 변함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