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기 총리를 뽑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27일)가 12일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15일간의 레이스에 돌입했다. 역대 최다인 9명이 출마하면서 혼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 최초' 기록이 나올지 주목된다. 고이즈미 신지로(43) 전 일본 환경장관이 선출되면 '역대 최연소 총리'가, 예상을 뒤엎고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장관이 당선되면 '첫 여성 총리'가 나오게 된다.
자민당은 이날 총재 선거를 고시하며 9명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세대 교체론을 내세운 고이즈미 전 장관과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장관, 다섯 번째 도전인 이시바 시게루 전 당 간사장, 당내 유일한 계파(아소파) 후보인 고노 다로 디지털장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측근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등이 출마했다. 기존 최다 출마 기록인 2008·2012년(5명)보다 4명이나 더 많다.
이번에 선출되는 차기 자민당 총재는 기시다 총리의 뒤를 이어 신임 총리에 오른다. 일본은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는데 현재 다수당은 자민당이다.
후보 난립 때문에 선거는 이전과 다른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그동안 계파 간 합종연횡을 통해 총재를 선출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일부 계파가 정치자금 모금 행사로 거둔 지원금을 비자금으로 유용한 '비자금 스캔들'이 드러나면서 아소파를 제외한 당내 계파는 해체됐다. NHK방송은 "그동안 (계파 간 연대로) 선거 고시 전에 결과가 예상됐지만, 계파 해체로 막판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이시바 전 간사장과 고이즈미 전 장관이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NHK가 지난 10일 발표한 차기 총재 적합도 조사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28%)과 고이즈미 전 장관(23%)이 각각 1, 2위에 올랐다. 앞서 9일 JNN(TBS방송) 조사에서는 고이즈미 전 장관이 28.5%를 얻어 이시바 전 간사장(23.1%)을 눌렀다.
일각에서는 당원 및 지역표가 핵심 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1차 투표에서 국회의원과 당원·당우(당 후원단체 회원) 표를 각각 50%씩 반영하는데, 후보 난립으로 국회의원 표의 중요도가 줄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9명 출마로 국회의원 표는 분산되는 반면 지역표는 여론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후보들이 지역표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관심사는 지지율 선두권인 고이즈미 전 장관의 당선 여부다. 고이즈미 전 장관은 43세로 후보 중 가장 어리다. 총리가 되면 44세에 총리가 된 이토 히로부미 기록을 깨게 된다. 다만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도 아쉬움을 나타낼 정도로 이를 우려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지난 11일 도쿄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들의 출마를 두고 "아직 젊지 않나. 50세 지나서 생각하면 좋았다"고 말했다.
첫 여성 총리를 노리는 다카이치 장관과 가미카와 요코 외무장관이 어떤 결과를 낼지도 주목된다. 당내 최대 계파였던 옛 아베파의 지원을 받는 다카이치 장관은 지지율 3위로 선전하고 있다. 당내에서 행정 능력을 인정받은 가미카와 장관은 총재 선거에 처음 출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