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조선 이탈'이 프리다이빙 9명 실종 사고 불렀다

입력
2024.09.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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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선박 안전규정 위반 드러나
체험활동 신고·보험 가입도 안해

최근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프리다이빙을 하던 9명이 실종돼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사고는 안전수칙을 무시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①수중체험 전 해경에 신고하지 않았고 ②수중활동 중 비상시 탈출할 수 있는 배(비상구조선)가 현장을 이탈했으며 ③안전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아 관련법과 규정에 명시된 의무사항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통영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해경은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수중체험 현장을 벗어난 레저선박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다. 연안사고예방법에는 수중체험활동을 할 때 체험활동 참가자 전원이 탈 수 있는 규모의 비상구조선이 항상 현장에서 대기하도록 명시됐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별도의 비상구조선이 없다면, 탑승한 배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이번 사고 신고자인 레저선박 선장 A씨는 8일 오전 거제 외도 남동쪽 7.8㎞ 지점 해상에 프리다이빙 동호회 회원들로 구성된 9명 일행을 하선시킨 후 선박 수리를 위해 거제 지세포항으로 입항한 뒤인 오전 11시 55분쯤 “프리다이빙에 나선 9명의 위치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해경은 이날 오후 1시 57분쯤 최초 입수 지점에서 북동쪽으로 약 11.5㎞ 떨어진 지점에서 안전부이를 잡고 바다에 떠 있던 9명을 발견해 전원 구조했다.

해경관계자는 “규정상 수중체험(프리다이빙)이 종료될 때까지 무동력이든 동력이든 비상구조선은 만일에 대비해 반드시 현장에 있어야 하는데, A씨는 다이버를 바다에 놔둔 채 홀로 귀항했다”며 “비상구조선 역할을 하는 배(레저선박)가 고장 났다면, 다이버를 모두 태우고 돌아왔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10㎏짜리 추 5개가 달린 안전부이는 바닥에 고정되지 않아 조류에 무용지물이었고, 동호회원들로 구성된 다이버 9명 중에는 안전교육을 이수해 안전관리요원 자격을 갖춘 프리다이빙 강사도 2명이나 있었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또 프리다이빙을 하기 전에 해경에 제출해야 하는 '연안체험활동' 신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중형 체험활동인 경우 참가자가 5명 이상이면 인솔자(책임자)가 7일 전에 온라인 접수 또는 가까운 해경파출소 방문을 통해 △안전관리 계획서 △안전관리요원(8명당 1명) 배치 여부 △안전교육 이수 여부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 비치 여부 △보험가입 여부 등 5가지 사항을 신고해야 한다.

이들은 또 의무사항인 안전보험 가입도 하지 않고 체험활동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관계자는 “안전보험은 사고 발생 시 배상이나 책임 소재 규명 등을 위해 꼭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리다이빙은 스쿠버다이빙과 달리 호흡 장비 없이 수경과 오리발을 이용해 무호흡으로 수심 10∼40m까지 잠수하는 레저활동이다. 바다에서는 안전부이에 매달린 줄을 따라 수중으로 잠수했다가 다시 나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해경 관계자는 “레저선박 선장과 다이버 등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어서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안전규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거제= 이동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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