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돈 천안시장 구사일생... '선거법 사건' 대법원서 일부 무죄

입력
2024.09.12 15:37
1심 전부 무죄→2심 징역형 집행유예
대법 "미필적 고의에 대한 법리 오해"

부정선거를 치른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시장직을 잃을 뻔했던 박상돈 천안시장이 기사회생했다. 대법원에서 일부 무죄 취지 판결을 받아 다시 재판받을 기회를 얻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시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12일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 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임 목적으로 시 공무원들을 동원해 개인 유튜브 채널에 선거 홍보 영상물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예비 후보자 홍보물 등에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기준을 누락한 채 '천안시 고용률 전국 2위, 실업률 전국 최저'라고 기재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적용됐다.

1심은 박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유튜브 게시 영상 관련 혐의 확인을 위해 검찰이 확보한 전자정보가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관련 없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고, 허위사실 공표 부분도 박 시장에게 미필적 고의(위법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행한 것)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항소심에서 판단이 뒤집혔다. 당시 재판부는 "유튜브 관련 전자정보와 영장 기재 혐의사실 간 관련성이 인정되고, 박 시장이 홍보물에 기준이 누락돼 있는 것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사실 확인 의무를 소홀히 한 이상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대법원도 박 시장의 유튜브 관련 혐의는 항소심 유죄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그러나 홍보물 부분에 대해선, 애초 박 시장이 기준 누락 사실 자체를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라면 범죄 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조차 없었던 것이므로, 미필적 고의가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는 고의범인데 홍보물에 기준이 누락된 사실을 알지 못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과 함께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선고받은 천안시 공무원들과 선거캠프 관계자의 상고는 기각했다.

이날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로 박 시장은 당분간 시장직을 더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현행법상 선출직 공무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무효 처리된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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