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덮친 폭우... 최소 180명 사망한 베트남, 수천 명 고립된 태국·미얀마

입력
2024.09.12 16:56
태국 북부서 6명 사망, 9000가구 대피
라오스 세계문화유산 도시도 침수 피해

동남아시아에서 태풍 ‘야기’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30년 만에 최악의 태풍 피해를 본 베트남은 물론, 태국 미얀마 라오스 등까지 폭우가 이어지면서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사상자와 이재민이 속출하고 있다.

12일 베트남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7일 태풍 야기가 북부에 상륙한 후 11일까지 최소 197명이 사망하고 128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약 19만 가구가 인적·물적 피해를 봤다.

태풍은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폭우가 잦아들지 않으면서 홍수와 산사태로 피해가 연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1일 베트남 최북단 라오까이성 산악지대에서는 산사태가 발생, 22명이 시신으로 발견되고 약 70명이 실종됐다.

같은 날 하노이와 인접 도시에도 최대 120㎜ 폭우가 쏟아지면서 수도를 흐르는 홍강 수위가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강 인접 지역 주민 수천 명은 임시 대피소로 대피했다. 하노이의 한 한국 회사에 근무하는 후옌(28)은 “타이응우옌시에 위치한 집에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면서 4개월 된 아기를 비롯해 가족들이 다른 지역으로 피신을 가야 했다”고 설명했다.

도심지도 침수되면서 거리 곳곳에 범람을 막기 위한 바리케이드가 세워졌다. 하노이 일부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베트남 국영 전력회사가 안전 문제로 일부 침수 지역 전력 공급을 끊으면서 마을 전체 기능이 마비되기도 했다.

이번 홍수는 베트남 주변 국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치앙마이 등 태국 북부 지역에서는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최소 6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고 현지 재난 당국이 공개했다.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물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9,000가구가 대피했다. 태국 당국은 “오는 17일까지 더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다”며 추가 피해 가능성을 경고했다.

태국과 국경을 맞댄 라오스에도 북부 지역에 비가 잇따르면서 최소 1명이 숨지고 루앙남타주 17개 마을 주민 300명이 대피했다. 현지 매체 라오스포스트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루앙프라방 지역 강은 경보 수준에 도달했고 주택과 도로, 농장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피해를 봤다”고 보도했다.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미얀마 역시 수도 네피도 인근에 며칠 동안 비가 계속 내리면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쿠데타 군부는 11일 “강 수위가 위험 수준으로 치솟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상자 숫자는 밝히지 않았다.

국제사회 지원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외교부는 12일 베트남에 200만 달러(약 26억7,000만 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미국국제개발처(USAID)를 통해 100만 달러(약 13억3,500만 원) 긴급 지원에 나섰다.

하노이=글·사진 허경주 특파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