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동료 등 주변 지인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해 텔레그램에 유포한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의 사람 이미지 합성 기술) 피의자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이 이 사람 휴대폰을 털었더니, 직접 제작한 딥페이크 영상 외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1만 개 가까이 발견됐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 허위영상물 집중대응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구속 송치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미성년자 포함 지인 24명의 얼굴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해 허위영상물 128개를 제작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자신의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직장동료 등 평소 친분이 있는 주변인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딥페이크 영상은 텔레그램 인공지능(AI) 합성 봇을 이용해 제작했다.
그의 범행은 딥페이크에 그치지 않았다. A씨는 텔레그램에서 '성착취물 교환방'을 직접 개설하고 운영까지 했다. 더 많은 성착취물을 수집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A씨는 성착취물과 교환할 목적으로, 텔레그램 방에 자신이 제작한 딥페이크 3개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151개를 유포했다.
이런 방식으로 A씨가 소지한 성착취물은 1만 개에 달했다. 그의 스마트폰에선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9,789개, 불법촬영물 22개가 쏟아져 나왔다. 경찰은 A씨가 운영하던 텔레그램방 참여자 100여 명에 대한 추적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교환방이 삭제됐으나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해 텔레그램 계정에 대해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를 비롯해 불법 합성물 제작 유포자에 대한 수사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10일 기준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만 513건으로, 미성년자 251명을 포함한 318명이 이미 검거됐다.
서울경찰청도 지난달 28일 집중대응 TF를 구성해 엄정 대응에 나섰다. 딥페이크뿐 아니라 사람의 얼굴과 신체를 어떤 형태로든 편집·합성·가공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는 밀도 있게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텔레그램 등 매체를 불문하고 시민단체, 관계기관, 해외 수사기관 등 협조할 수 있는 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사이버 성폭력 범죄를 척결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