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의료대란의 고비가 될 수 있는 명절을 앞두고 "많은 병원이 문을 닫는 추석 연휴는 나보다 더 위중한 이웃을 위해 응급실과 상급병원을 양보하는 시민의식이 절실하다"며 국민들의 배려를 호소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응급의료 종합상황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한 총리는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으로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며 국민들의 우려가 날로 커지는 최근의 의료 상황에 대해 "남아 계신 분들 상당수가 피로를 호소하고 계시고, 어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그러나 일각에서 걱정하시는 것처럼 '의료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한 총리는 추석 명절 의료불안 해소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강조했다. 한 총리는 "11일부터 25일까지 2주간을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으로 운영하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응급의료체계 유지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석 연휴 한시적 건강보험 수가 인상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진찰료 3.5배 인상 △응급실 진료 후 수술, 처치, 마취 등 행위 수가 인상 △응급의료센터 신규 채용 인건비 지원 △군의관, 진료지원(PA) 간호사 등 대체 인력 투입 △지자체장 책임하 '비상의료관리상황반' 설치·운영 등 구체적 대책을 설명했다.
비상진료체계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국민들의 협조도 당부했다. 한 총리는 "비상진료체계가 이만큼 튼튼하게 버티고 있는 건 헌신적인 의료진과 현명한 국민 덕분"이라며 "연휴 기간 편찮으실 때는 꼭 큰 병원에 가시기보다 중증도에 따라 적정한 의료기관을 찾아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큰 병이 의심되면 즉시 119에 연락하시고, 그렇지 않은 경우 가까운 동네 병·의원이나 중소병원 응급실을 먼저 방문해달라"며 "병·의원에서 중증이라고 판단하면 즉시 큰 병원으로 모실 것"이라고 지침을 설명했다.
의료개혁 완수를 향한 정부의 의지는 이날도 수차례 강조됐다. 한 총리는 "모든 개혁은 어렵지만 의료개혁은 특히 고통스럽다"며 "세상의 거의 모든 직업이 비상시 그 일을 대신 맡아주실 분들이 계시지만 의사 대신 환자를 살려주실 분들은 안 계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그러면서 "개혁이 꼭 필요하다는 걸 모두가 알면서도 개혁에 수반되는 고통이 두려워 미루거나 중도에 포기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은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보상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개혁"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사회의 당면 최대 현안인 '여야의정 협의체'와 관련, 의료계를 향해 "의대 정원과 정책 내용에 대해 의료계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안을 주시면 정부는 얼마든지 논의할 준비가 돼있다"며 "협의체에 참여하셔서 의료 개혁에 의료현실을 생생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