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가고 찾아온 라니냐, 더운 가을 몰고 온다

입력
2024.09.11 17:20
11면
지난해 5월 발생한 '강력 엘니뇨' 1년 만에 소멸
55% 확률 라니냐 전환 시 서태평양 온도 올라
"늦더위 이어지고 가을 태풍도 더 자주 강하게"

올해 5월 소멸된 '엘니뇨'에 이어 올가을 '라니냐'가 찾아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다. 가을철 라니냐가 발달하면 한국은 기온과 강수량이 평년보다 오르는 경향이 있다.

11일 기상청은 엘니뇨·라니냐 예측모델을 분석한 결과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점차 낮아져 가을철(9∼11월) 동안 라니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발생한 강력한 엘니뇨가 1년 만에 소멸한 후 현재는 엘니뇨도 라니냐도 아닌 중립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통상 라니냐는 엘니뇨에 이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기상기구(WMO) 역시 올가을 적도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며 라니냐로 전환될 가능성은 55%, 현재의 중립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은 45%라고 내다봤다.

엘니뇨는 남아메리카 태평양 해안 같은 적도 부근의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뜻한다. 반대로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차가워지며 적도 지역에 저수온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라니냐라고 한다.

가을철 라니냐가 발달할 경우 한국은 9월~10월 초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강수량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아열대 북태평양 지역에 대규모 고기압이 형성되면서, 한반도에 고온다습한 남풍 유입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가을 늦더위'가 평소보다 길게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공학과 교수는 "라니냐는 태평양 서쪽 수온을 높이고 동쪽 수온은 낮추는 특성이 있다"면서 "한국까지 오는 태풍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 북태평양 서부 열대 해역인데 이곳 수온이 높다 보니 9월, 10월까지 태풍이 많이 발생하고 강도도 셀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후 늦가을에서 초겨울 무렵인 11~12월부터는 일본 동쪽으로 저기압성 순환이 강화되며 북풍기류가 유입돼 평년보다 쌀쌀하고 강수량은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기상청은 최근 들어서 라니냐가 발달하면 11월에도 기온 상승과 강수량 증가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 추세 관찰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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