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에서 원청 지시로 야간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관리자가 안전 설비 미비 탓에 32m 아래로 추락해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한화오션에서 작업 중 발생한 네 번째 사망 사고로, 국내 조선소에서는 이를 포함해 최소 18건의 중대재해가 일어났다. 조선소가 '죽음의 일터'라는 오랜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지만 정부나 정치권의 구조적 대책 마련은 요원한 상황이다.
11일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이날 오전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에서 '한화오션 중대재해 사망 실질적 경영책임자 구속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9일 오후 9시 58분쯤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하청업체 소속 관리자 A(41)씨는 거제사업장에서 건조 중인 4375호 컨테이너 선박 위 32m 높이에서 야간 용접 작업을 하던 도중 추락했다. 그는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에 이송됐으나 밤 11시 20분쯤 숨졌다.
노조에 따르면 사건 당일 원청인 한화오션은 퇴근하려던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추가 작업을 요구했고, 하청업체 소장은 야간작업 위험성 등을 이유로 거부하려고 했다. 그러나 원청이 하청업체 대표에 재차 직접 지시를 하면서 작업이 강행됐다고 주장했다. A씨가 작업하던 곳에 '난간'이라고 설치된 그물형 핸드레일 역시 제대로 고정돼 있지 않아 매우 부실했다고 노조는 지적한다. 박재영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안전 난간이면 사람이 부딪쳐도 넘어가지 않아야 하는데 그물로 되어 있어 몸이 기울 때 전혀 받쳐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 측은 "당일 해당 업체의 작업은 수일 전부터 계획된 작업 범위로 낮 동안 예정된 해상 크레인 작업이 날씨, 해상조건 등에 의해 일부 지연되며 야간작업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원청이 무리하게 강행시켰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전설비 미비 관련 지적에는 "관련 법령에 따라 해당 구역 작업자는 안전대 착용을 의무로 하고 있고, 해당 구역에는 안전대 안전고리를 체결할 수 있는 구조물도 설치돼 있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지난해와 올해 고용부 특별감독에서 '추락 예방 조치 부적정'으로 사법조치를 받은 바 있다.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에 따르면 부산노동청은 한화오션에서 중대재해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해 2월과 올해 2~3월 특별감독을 실시했다. 감독 결과 지난해 내려진 사법조치 210건 중 129건, 올해 내려진 264건 중 135건이 '추락 예방 조치 부적정' 내용이었다. 이 단체는 "특별감독 결과가 현장 노동자에게 보고되고, 유해요인이 개선됐는지 모니터링이 되고, 개선조치 완료까지 고용부가 작업중지를 담보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라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한화오션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성 사고는 이번이 네 번째다. 1월 12일 거제시 한화오션 옥포조선소 내 라다(선박 방향타 제작) 공장 폭발사고로 20대 협력업체 직원이 숨졌고, 같은 달 24일 잠수사 1명이 작업 중 익사했다. 지난달 19일엔 60대 협력업체 직원이 거제사업장 선박 엔진룸 근처에서 휴식 중 쓰러져 숨졌는데, 노조는 온열질환에 의한 중대재해로 보고 있다. 당시 숨진 노동자가 발견된 작업구역의 체감온도는 33.99도였다고 한다.
연이은 고용부 감독에도 불구하고 재차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한화오션 경영진이 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소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별감독은 1년간 3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실시되며, 올해 초 한화오션은 특별감독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이 적발돼 1억 원이 넘는 과태료를 납부하기도 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국내 조선소에서 올해에만 18건의 중대재해성 사고가 발생해 22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