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조직력 앞서는 민주당이 이긴당께~."
"호남이 더불어민주당 땅이냐~, 유명 인사(조국)가 직접 나선께 다를 것이네~."
지난 10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전남 영광군 영광읍 굴비공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자, 여기저기서 모여든 주민들이 환호로 응답했다. 전남 영광군과 곡성군은 각각 10월 16일 재보궐 선거를 치른다. 영광군은 강종만(무소속) 전 군수가 지역 기자에게 100만 원을 건넨 혐의, 곡성군은 이상철(민주당) 전 군수가 선거운동원에게 550만 원의 식사비를 대접한 혐의로 각각 기소돼 지난 5월 군수직을 상실했다. 선거를 앞두고 전국 인사인 조 대표가 지역을 방문하자 주민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이 광경을 지켜본 주민 은모(50)씨는 "분위기가 심상찮다"고 말했다.
조 대표가 이날 지역별 맞춤 공약과 함께 이곳에 상주하며 총력전을 펼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주민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법성포 수협마트를 찾아 선별장 굴비 선별 작업 등을 지켜본 그는 "굴비의 굴이 한자로 굴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있다"며 "(조국혁신당도) 굴비 정신으로 열심히 해보려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조국혁신당은 호남에서 민주당을 '고인 물'로 규정하고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선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 이른바 지민비조 투표 열풍에 힘입어 조국혁신당은 영광에서 39.5%, 곡성군은 39.8%의 득표율을 기록, 민주당(영광 40.1%, 곡성 41.1%)과 지역 표심을 양분했다.
영광·곡성군은 민주당의 안방으로 분류됐지만, 10월 재보궐 선거는 과거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국 대표가 직접 지방선거에 등판한 의미를 지역 정치의 복원, 정권교체를 위한 발판으로 내세우면서 민심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은씨는 "전임 군수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하면서 이번엔 제대로 된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조국이 이변을 연출할 인물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결국 민주당 후보가 가장 이득을 보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여전히 지역 민심은 '민주당 편'이라는 의견이 많다. 영광읍에서 만난 신수근(32)씨는 "조국 대표가 여기서 월세살이를 한다고 해서 지역 발전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중앙 정치의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 발전을 이끌어 갈 비전을 제시할 후보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어차피 영광·곡성군수 선거는 민주당이 승리한다"며 "지금(지방선거)부터 호남에서 경쟁하면 진보의 분화가 시작될 우려가 깊다"고 야권의 단결을 강조했다.
바닥 민심을 훑고 있는 진보당의 활동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었다. 영광읍에서 만난 양모(46)씨는 "진보당에서 두 달여 전부터 수백 명이 내려와 매일 아침 거리 쓰레기를 줍고 풀을 뽑거나 농촌 일손을 도와주고 있다"며 "무당층의 표심을 상당수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진표도 확정됐다. 곡성군수 후보에는 민주당 조상래(66) 전 전남도의원, 조국혁신당 박웅두(56) 전 곡성교육희망연대 대표, 무소속 이성로(64) 전 목포대 교수와 정환대(64) 전 전남도의원 4파전이다. 또 영광군수 후보는 민주당 장세일(60) 전남도의원, 조국혁신당 장현(67) 김대중재단 영광군지회장, 진보당 이석하(53) 영광군지역위원장이 출마한다. 무소속으로는 양재휘(64) 영광 기본소득 연구원장, 오기원(58) 영광 난연합회 회장, 김기열(58) 전남연예예술인총연합회 영광군지회 이사가 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후보를 내지 않았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주민들 입장에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 큰 차이를 못 느끼기 때문에 좀 더 자질이 뛰어난 후보를 지지하게 될 것"이라며 "조국혁신당이 독자 생존하기 위해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심판 외에 성과를 낼 만한 정책 개발이나 입법 활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