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사실상 '셀프 연임' 제동?...대한체육회 불공정한 '임원 연임 심의' 시정 권고

입력
2024.09.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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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공정위원회 구성은 이기흥 체육회장의 권한
"본인이 임명한 위원에게 연임 심의 맡기는 일...비상식적"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체육단체 임원 연임 허용 심의 관련 제도에 대해 시정을 권고했다. 이는 3선 도전이 유력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문체부는 11일 "대한체육회장이 임명(위촉)한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에게 본인의 임기 연장 심의를 받는 절차는 비상식적이며, 연임허용 심의 기준도 대한체육회 정관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문체부의 이번 권고는 스포츠공정위원회 구성의 선임 권한을 대한체육회장이 갖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대한체육회와 회원단체 임원의 임기는 '1회에 한하여 연임'하되,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의를 받아 임기 연장이 허용된다. 그러나 현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구성은 2023년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대한체육회장이 위원 선임 권한을 위임받았다. 이에 문체부가 이 회장이 3선에 도전할 경우 사실상 '셀프 연임'이 가능해지자 제동을 걸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장이 임기 연장을 위해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하는 경우, 본인이 임명한 위원에게 본인의 연임제한 허용 심의를 맡기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문체부에 따르면 김병철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장은 2017~19년 1월까지 이 회장의 '특별보좌역'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문체부는 "임기 연장은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라 엄격한 심사가 필요한데도, 현재 상태로 절차가 진행되는 것은 심사의 일반법 원칙인 '제척·기피·회피'에도 위반된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체부는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임기 연장 심의 기준도 정관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대한체육회 정관(제29조 제1항)은 임원의 '재정 기여, 주요 국제대회 성적, 단체 평가 등 지표를 계량화하여 평가한 결과 그 기여가 명확한 경우'에 한해 연임 제한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심사 기준은 정관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비중이 높은 정성평가 등 심사 기준에 우려를 표했다. 문체부는 "정관이 정량지표(지표를 계량화)를 규정하고 있는데, 정성평가의 비중이 50%에 달하고, 심사 지표의 약 70%가 정관과 무관하거나 관련성이 매우 낮다"며 "또한 심사는 허용과 불인정을 구분하는 통과점수가 있어야 하나 존재하지 않아 위원들의 합리적 판단뿐만 아니라 심의 대상자들의 예측 가능성조차 확보할 수 없어 자의적 심사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체육회에 이달 말까지 권고의 이행 여부를 제출하도록 요청했고, 수용 여부에 따른 후속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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