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임성근 처벌을 바랄 뿐..." 채 상병에게 쓴 어머니의 편지

입력
2024.09.11 11:30
순직장병 유족회 통해 온라인 공개
"부하 지휘관에 책임 전가만"
"끝까지 용서도 이해도 안 돼"
'채 상병 특검법' 9일 법사위 소위 통과

지난해 구명 작업 도중 순직한 해병대 채수근 상병의 모친이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아들의 전역일로 알려진 26일을 앞두고 쓴 편지에는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처벌받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채 상병의 어머니는 지난 3일 대한민국 순직 국군장병 유족회 홈페이지에 '사무치게 그리운 울아들 수근에게'라는 제목의 편지를 실명으로 올렸다. 이 홈페이지는 유가족 회원 등만 가입할 수 있지만 채 상병 모친이 편지를 쓴 '별님에게 편지쓰기' 게시판은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돼 있다.

채 상병 어머니는 "사랑하는 아들, 잘 지내고 있니"라며 "9월 26일이면 아들 전역일인데 돌아올 수 (없는) 아들이 돼 너무 속상하고 가슴이 미어터질 것만 같구나"라고 운을 뗐다.

그는 "엄마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 아빠·엄마가 어떻게 해야 할까"라며 "아들은 엄마랑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해병대 전 1사단장이 혐의자로 밝혀져 처벌이 되길 엄마는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라고 썼다.

이어 임 전 사단장을 두고 "부하 지휘관들에게 책임 전가만 하고 본인은 '수변 수색을 지시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회피만 하려고 하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단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수변 수색 지시가 아니라 흙탕물 속에 투입을 못 하게 했어야 맞는 것을, 끝까지 용서도 이해도 할 수 없단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부하 지휘관들이 물살이 세다고 들어가면 안 된다고 건의했지만 묵살하고 끝까지 들어가라고 한 사람이 계속 책임 회피만 하고"라고 쓰면서 "그런 사람이 49재(불교에서 사람이 죽은 날로부터 매 7일째마다 7회에 걸쳐 49일간 개최하는 의례) 전날 유족 앞에서 눈물을 흘렸는데 그 눈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단다"라고 전했다.

"진실은 밝혀질 것" 다짐

채 상병 어머니는 또 "생존 장병의 말처럼 본인의 업적을 쌓으려고만 했던 것에 급급해 사랑하는 아들이 희생됐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납득이 안 된다"라고 썼다. 이어 "아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겠지? 권력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진실은 꼭 밝혀지리라 믿는다.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고 있으니"라며 편지를 끝맺었다.

앞서 경북경찰청은 지난 7월 8일 채 상병 순직사건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혐의가 없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경찰은 브리핑에서 채 상병이 투입된 실종자 수색 작업의 총책임자는 임 전 사단장이 아니라 그의 부하인 7여단장이라고 밝혔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도 현장 선임 대대장 역할을 한 11포병 대대장이 임의로 수색지침을 변경했기 때문이고, 임 전 사단장은 이를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등이 공동발의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윤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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