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을 제보한 공익신고자에 대한 수사만 진행하는 데 대해 언론단체들이 반발했다. 의혹 당사자인 류 위원장에 대한 조사는 7개월째 제자리걸음이다.
90여 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류희림 위원장의 중대한 비위에 대한 수사는 뭉개고 지연시키면서 (방심위 직원인) 공익 제보자를 색출하기 위한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방심위 직원, 기자, 공익 제보자 변호인 등에 통화 기록 조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청은 이날 오전 방심위 4개 부서 사무실과 언론노조 방심위지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직원 3명의 주거지를 찾아가 휴대폰을 압수했다. 지난해 12월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을 제기한 공익제보자의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서울청은 지난 1월에도 같은 이유로 방심위를 압수수색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성명서를 내 "공익제보자 색출 목적의 대규모 압수수색이 두 차례나 이뤄지는 동안 류희림 위원장 수사가 전무하다시피 한 것은 검경의 선택적 수사 의도를 방증한다"고 비판했다.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 수사는 답보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을 다룬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보도한 방송사를 심의하도록 류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에게 민원을 넣게 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언론노조 등이 지난 1월 서울 양천경찰서에 류 위원장을 고발했지만 피고발인 조사도 벌이지 않았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류희림 일가 친척과 지인의 대량 청부 민원이 일어난 것이 지난해 9월이라 통신사의 통화기록 보존 기간 1년이 경과하고 있다”며 “고의적 직무유기에 따른 경찰의 범죄 은닉이자 증거 인멸”이라고 주장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여부를 7개월 동안 조사했으나 “당사자 간 진술이 달라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없다”며 사건을 방심위로 돌려보냈다. 이에 "류희림 체제에서 의혹을 '셀프 조사'한다"는 비판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