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파이' 의혹 필리핀 전 시장… "살해 위협받고 있다"

입력
2024.09.10 17:35
24면
중국 온라인 도박·사기 혐의받아와
체포 후 "생명 위협 피해 도피" 주장
일각서 중국 마피아와 연계 추정도


중국인이면서도 신분을 속여 필리핀 소도시 시장이 되고 범죄 혐의로 수사가 시작되자 해외로 도피했다 체포된 여성이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후가 누구인지, 그의 말이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갱단의 소행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10일 필스타와 ABS-CBN 등 필리핀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앨리스 궈(35) 전 필리핀 밤반시(市) 시장은 최근 필리핀 당국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자신이 필리핀을 탈출했던 이유 역시 누군가의 지속적인 공갈에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궈 전 시장은 필리핀에서 ‘범죄 소굴’로 악명 높은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과 유착해 불법 입국 알선, 보이스피싱, 사기 등 범죄에 연루된 혐의를 받아왔다. 범죄 활동 수익금 1억 페소(약 23억8,000만 원) 이상의 돈을 세탁한 혐의도 포함됐다.

게다가 실제로는 중국인이면서도 필리핀인 명의를 도용, 신분 세탁을 거친 뒤 시장으로 일하며 중국 간첩으로 활동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지난달 필리핀 정부가 신병 확보에 나섰지만 그는 이미 해외로 출국한 상태였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거쳐 인도네시아로 도피했던 궈 전 시장은 이달 4일 자카르타에서 붙잡혔다.

궈 전 시장은 9일 마닐라에서 열린 상원 청문회에 헬멧과 방탄조끼를 입고 출석하기도 했다. 청문회에서 그는 “지난 6월부터 다섯 차례 이상 휴대폰으로 위협받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6월은 궈 전 시장에 대한 ‘중국 스파이’ 의혹이 커지던 시점이다. 다만 그는 누구에게, 어떤 위협을 받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어떻게 수사 당국의 눈을 피해 해외로 도주했고, 이 과정에서 누구의 도움을 받았는지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진실 공방 속 해당 사건에 중국이 개입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궈 전 시장 체포 현장에 있던 한 필리핀 이민국 관계자는 현지 ABS-CBN 인터뷰에서 “중국 마피아가 궈 전 시장을 위협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건 초기부터 궈 전 시장을 겨냥해 온 대통령 직속 부패범죄방지위원회와 필리핀 상원은 그의 주장이 ‘상상의 산물’이라고 일축했다. 반면 미코 클라바노 4세 필리핀 법무부 대변인은 “법무부는 (궈 전 시장의 말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살해 위협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