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차로 한 시간을 달리자 알리바바그룹 물류 계열사 '차이냐오'의 항저우 물류센터가 나왔다. 중국 전역의 판매자(셀러)가 세계 각지의 소비자에게 판 수많은 상품이 모이는 곳이다. 대형마트 크기인 1만70㎡(약 3,000평)의 항저우 물류센터가 하루에 처리하는 물량은 최대 40만 건, 차이냐오가 전 세계에 실어나르는 상품의 8% 규모다. 전 세계 1억5,000만 명 고객을 둔 알리익스프레스 물량도 포함된다.
여기처럼 알리익스프레스가 배송 상품을 화물선에 싣기 직전 목적지를 분류하기 위해 운영하는 대형 물류센터는 중국 동부 해안가 곳곳에 있다. 항저우 물류센터는 유럽, 산동성 웨이하이 물류센터는 한국에 가는 상품을 다루는 '알리 벨트'인 셈이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소비자 공략 차원에서 앞세우고 있는 '365일 저렴한 가격'의 비결은 중국산 초저가 제품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 회사는 제품 가격보다 배송 가격이 더 높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소리를 들었던 해외 직구(직접구매)의 약점을 깨기 위해 운반 비용을 확 낮췄다. 2023년 10월 가동을 시작한 항저우 물류센터를 예로 들면 '번개 분류기'가 배송 가격을 내린 공신이다.
직원이 2m 높이 원통형 기계인 번개 분류기에 넣은 배송 상품은 순식간에 제각각 나눠진 공간으로 들어갔다. 기계에 달린 스캔 카메라가 배송 상품 바코드를 인식해 제 주인에게 이어지는 분류함으로 정확히 보낸 것이다. 항저우 물류센터에 7대 있는 번개 분류기는 시간 당 600건이었던 처리 물량을 3,500~4,000건으로 끌어올리며 배송 비용을 낮췄다.
이렇게 알리익스프레스는 초저가 상품에 값싼 배송을 얹으면서 쿠팡 등 국내 업체가 선점했던 이커머스 시장 영향력을 빠르게 키웠다. 2018년 10월 한국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는 모바일인덱스 조사 결과 8월 기준 MAU(한 번이라도 이용해 본 고객)가 670만 명으로 집계됐다. 쿠팡 3,138만 명, 11번가 769만 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규모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사업 규모를 더욱 넓히겠다는 뜻도 내비치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가 알리익스프레스를 만만하게 보기 어려운 이유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제시하고 있는 사업 확장은 크게 ①물류센터 건립 ②글로벌셀링 ③인수·합병(M&A) 등 세 가지다.
알리익스프레스는 3년 내에 국내 물류센터를 완공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물류센터가 다 지어지면 현재 5일 이상 걸리는 중국산 제품 배송 시간도 사전 보관을 통해 1, 2일로 단축할 수 있다.
국내 판매자가 해외 시장에 상품을 파는 글로벌셀링도 이달 말 가동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정된 시장인 한국을 넘어 해외 판로를 뚫으려는 국내 셀러를 유치하는 게 가능해진다, 이에 더해 품질 좋은 K뷰티·K가전 판매로 해외 소비자도 끌어 모을 수 있다. 국내 이커머스, 유통 기업과의 M&A 역시 배제하고 있지 않다. M&A 시장에선 알리익스프레스의 11번가 인수설이 꾸준히 나왔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이를 통해 빠르면 3년 안에 한국 온라인 소비자의 절반을 사용자로 두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MAU로 접근하면 알리익스프레스가 쿠팡을 바짝 따라잡는 수치다. 하지만 중국산 제품에 대한 유해성·가품 논란이 꺼지지 않고 있어 알리익스프레스 뜻대로 한국 사업이 순탄할지는 미지수다. 실제 올해 들어 일부 중국산 제품에서 유해 물질을 검출됐다는 관세청 조사 결과 등이 나오자 중개 판매한 알리익스프레스 MAU는 감소하기도 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는 "1억 5,000만 개의 상품 관리가 복잡하고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한국으로 보내는 상품과 관련 현지 기준에 맞춘 샘플링 테스트를 새로 시작하는 등 유해 물품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