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종섭 방지법'에 딴지 거는 외교부... "대통령 인사권 제한"

입력
2024.09.11 09:00
6면
"출금자 등은 특임공관장 안 된다" 野 법안에
외교부 "과잉 입법... 개정 안 돼" 의견서 제출
여야 추가 논의하기로... 野는 "필요성 있다"

외교부가 이른바 '런종섭 방지법'에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과하게 침해한다는 취지다. '런종섭'은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이종섭 전 호주대사의 급작스런 출국을 빗댄 말이다. 지난 총선 정국을 뒤흔든 사안임에도 외교부가 민심에 역행하며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반면 야권은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법을 속히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교부가 10일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 따르면, 외교부는 '외무공무원법 개정안'에 반대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개정안은 지난 7월 김 의원과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것이다.

법안은 각각 △공무원의 직무상 행위 등에 위배되는 행위로 수사기관에서 조사 또는 수사를 받거나 △출국이 금지돼 있거나 △국가공무원법상 직위해제 대상인 사람 등을 특임공관장(직업 외교관이 아니더라도 자질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특별히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에 임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법안은 런종섭 방지법으로 불려왔다. 이종섭 전 장관은 3월 채 상병 사망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수사를 받던 도중 주호주대사로 지명돼 돌연 출국했다. 하지만 그가 공수처로부터 출국금지를 당한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 안팎의 비판이 쏟아졌고, 대사 부임 25일 만에 자진사퇴해 '국제 망신'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처럼 논란이 큰데도 외교부는 요지부동이었다. 이 법안을 '과잉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국회에 보낸 의견서에서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에게 부여된 인사권이 행정기관의 직위해제, 조사·수사, 출국금지 판단에 따라 좌우될 우려가 있다"며 "헌법상 기본권인 공무담임권(국민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기관의 구성원으로서 공적인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권한)과 무죄추정의 원칙 등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출국금지자 등의 공관장 취임을 일률적으로 제한할 경우 여타 공직자와의 형평성에 어긋날 우려도 있다"고 강조했다. 강인선 외교부2차관도 지난달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출석해 "출국금지는 굉장히 다양한 이유가 있고 모호한 부분들이 있어서 출국금지자를 일괄적으로 배제하는 데는 어려운 점들이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일단 법안 처리 여부를 더 논의할 방침이지만, 야권은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 전 장관 같은 사례가 반복돼 국격을 떨어뜨리는 경우를 방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특히 외교부가 특임공관장 후보의 자격 심사를 강화하는 위원회를 별도 설치하는 법안에도 반대한 만큼, 정부가 자격 요건 심사 강화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법을 개정할 이유는 충분하다는 생각도 깔려 있다. 김 의원은 법안심사소위에서 "'수사 중인 경우 공관장을 못 한다'는 부분은 뺄 용의가 있으나 외교부가 대통령의 인사로 결정되는 특임공관장이 내려오는 걸 막을 만한 힘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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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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