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을 11개월째 끌어온 이스라엘 정부 재정이 연일 악화되고 있다. 올해 8월에도 적자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8.3% 수준으로 또다시 불어났다. 전쟁이 국가 경제를 파탄 내고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왔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내각은 추가 경정 예산 편성까지 강행하며 강경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이스라엘 재무부는 올해 8월 정부 재정 적자가 연간 GDP의 8.3%에 해당하는 32억4,000만 달러(약 4조3,500억 원)를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재정 적자가 이토록 치솟은 것은 이스라엘 경제에 심각한 위험 신호다. 지난해 10월 가자전쟁 발발 이전 이스라엘 정부가 설정했던 2024년도 적자 한계선인 ‘연간 GDP 6.6%’를 이미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정부 적자는 연간 GDP의 4.2% 수준에 머물렀지만, 올해 4월 연간 GDP 7.0%까지 오른 뒤 5개월째 '6.6%'를 넘어 악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부채 관리 능력이 시장 신뢰를 잃으면 경제활동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 재무부 고위 관료였던 요엘 네베흐는 전날 재정 분석 보고서를 통해 "3~5년 내 금융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며 "국가 안보 역량과 민간 생활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을 입힐 수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월 이스라엘 국가 신용 등급을 기존 'A1'에서 'A2'로 한 단계 내렸던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달 중 추가 강등을 단행할 수 있다는 현지 매체 채널13 보도도 이날 나왔다.
재정 위기에도 네타냐후 내각은 '전쟁에 더 많은 자금을 쏟아붓겠다'는 입장이다.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는 9일 1차 독회를 열고 약 9억600만 달러(약 1조2,000억 원) 규모 추경 예산안을 찬성 58표 대 반대 52표로 통과시켰다. 더 이상의 재정 확장은 안 된다는 야당 비판이 거셌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리쿠드당과 극우 연립정부 파트너들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TOI는 전했다. 예산안이 2, 3차 독회까지 통과하면 최종 승인된다.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는 10일 가자지구 민방위대를 인용, 이스라엘군이 이날 남부 칸유니스 인근 인도주의 구역을 공습해 최소 40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지휘통제소를 공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가자지구 바깥 군사 작전도 지속되고 있다.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9일 시리아 중부 하마주(州) 군사 시설을 공습해 18명이 목숨을 잃고 37명이 부상을 입었다. 해당 군시설은 이란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 이스라엘 측 주장이다.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도 계속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