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이 적발될 위기에 놓이자 검문하던 경찰관을 차량에 매달고 도주한 운전자가 추적 끝에 검거됐다. 그는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차에서 내린 뒤 인근 편의점에서 술을 마시는 '술타기 수법'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9일 서울경찰청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사건 영상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6월 24일 오후 10시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의 한 도로에 음주운전 의심 차량이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차량 번호를 조회한 뒤 운전자 주소지를 확인한 경찰은 차량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주차장으로 갔다.
주차장에서 잠복하던 경찰은 신고 차량이 나타나자 막아섰다. 현장에서 경찰관이 "창문을 내리라"고 요구했지만 운전자는 주저했다. 경찰의 지속적인 요구에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자, 차 안에서는 술 냄새가 확 풍겨져 나왔다. 운전자는 40대 A씨였는데 혈색과 표정을 봤을 때 술을 마신 게 분명했다.
경찰이 A씨에게 차에서 내릴 것을 요구하며 "술을 마셨느냐"고 묻는 순간 A씨가 가속페달을 밟았다. 차를 타고 도주하는 A씨를 제지하기 위해 차량 핸들과 운전자의 팔을 잡았다. 그런데도 A씨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그 결과 경찰관은 약 30m를 차에 매달린 채 끌려갔다.
경찰은 A씨 자택을 방문해 아내에게 남편의 자수를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추적 끝에 2시간 만에 A씨 차량을 발견했다. 경찰이 차량이 주차돼 있던 근처 건물의 관리인인 것처럼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차를 빼달라"고 요구하자 A씨가 나타났다. 경찰은 또다시 도주하는 A씨를 붙잡았다.
체포 당시 A씨는 경찰에 "차를 버린 뒤 편의점에서 술을 사다 마셨다"고 주장하며 음주운전 혐의를 부인했다. 당시 음주 측정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기준(0.08% 이상)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음주 사실을 입증해 지난달 4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음주운전 혐의로 A씨를 불구속 송치했다.
A씨가 차에서 내려 술을 사서 마셨다고 주장한 이유는 지난 5월 가수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 사고'의 학습 효과로 보인다. 당시 김호중은 음주 측정을 회피할 목적으로 사고 현장에서 도주한 뒤 추가로 술을 사서 마셨다. 운전 당시 음주 상태였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김호중의 기소 때 음주 혐의를 제외했다.
A씨 사건이 발생한 같은 달 전북 전주에서도 '술타기 수법'을 자행한 음주운전자가 적발됐다. 지난 6월 27일 50대 B씨는 포르쉐 차량을 시속 159㎞로 몰다가 경차를 들이받아 운전자를 숨지게 했다. B씨는 경찰에 "채혈을 하러 가겠다"는 이유를 대고 홀로 병원으로 갔다. 현장에서 음주 측정을 하지 않았던 B씨는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마신 뒤 혐의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