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백' 김건희 여사 처분 앞두고 '최재영 수심위' 변수 되나

입력
2024.09.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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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소처분 권고' 김건희 수심위와 별개 사안
법조계 "김 여사 불기소 결론 영향 미미" 중론
통상 공여자-수수자 동시 처리가 자연스러워
수수자 처분 먼저하고 공여자 수사도 다반사
중앙지검 "부의위 결과 등 종합 검토" 신중론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의 불기소 처분 권고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김 여사에게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다른 수심위 판단을 받게 되면서 검찰 처분에 변수가 될지 관심이다. 일단 최 목사가 수심위 판단을 받더라도 김 여사 사건에 대한 검찰 판단은 뒤바뀌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검찰이 김 여사 사건을 우선 처분한 뒤 최 목사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할지, '최 목사 수심위' 판단까지 지켜본 후 한꺼번에 처분을 내릴지에 대해선 법조계 의견도 엇갈린다.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9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최 목사가 신청한 수심위 부의 여부를 논의한 결과, 수심위에 부의하기로 의결했다. 이번 심의 안건은 최 목사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등에 대한 수심위 부의 여부였다.

이날 부의위에는 서울고검 내 검찰시민위원 풀(pool)에서 무작위 선정된 시민 15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최 목사 측과 검찰 측이 미리 제출한 서면 의견서 등을 토대로 비공개 논의를 진행한 뒤 비밀투표를 거쳤다. 과반수가 부의에 투표했다는 의미다. 최 목사 측은 앞서 제출한 서면 의견서에서 "디올백 등 선물 행위는 청탁 목적이 맞고,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직무관련성이 없고 청탁 대가가 아니다'는 결론을 정해두고 유도신문식으로 질문했다"며 검찰 수사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판단도 구했다.

검찰 안팎에선 최 목사 사건에 대한 수심위가 열려도 검찰의 최종 결론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두 사람이 가방 '공여자-수수자' 관계여도 핵심 혐의에 대한 법리적 판단은 분리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여사와 최 목사에게 모두 적용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의 경우, 선물(금품)의 직무관련성과 관계없이 공여자(최 목사)는 처벌 받을 수 있는 반면 공직자(윤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 여사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김 여사가 받았던 알선수재 혐의는 공여자가 아닌 '수수자만' 처벌을 받는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뇌물 사건에서 수수자를 무혐의 처분한 뒤 공여자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경우는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공여자(최 목사) 사건 처리 방향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수자(김 여사)를 먼저 처분하는 건 논란의 소지가 클 거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뇌물 등 사건을 수사할 경우 처분 결과와 별개로 공여자와 수수자의 처분 시점은 동일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공여자와 수수자 동시 처분이 자연스럽긴 하다"면서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고 최 목사를 사법처리하면 더 큰 논란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최 목사는 주거침입 혐의 등 '함정 취재'와 관련한 혐의로도 고발돼 있다. 결과적으로 공여자만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아울러 검찰이 김 여사만 먼저 불기소 처분할 경우 최 목사 사건 수심위에 예단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단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면서 사건을 매듭짓는 수순을 밟던 검찰 스텝은 꼬이게 됐다. 이날 오전 출근길에 "수심위 결론을 존중하겠다"던 이 총장이 최 목사 사건이 수심위에 부의된 후 퇴근길에 "내부 검토를 충분히 거친 후에 말씀드리겠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총장이 최 목사 사건 수심위 결과를 지켜보고 결론 내리겠다고 판단하게 되면, 결론은 후임 검찰총장이 내려야 한다. 수심위 소집까지는 보통 열흘 이상 걸려 총장 임기(15일) 내 결과가 나오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일단 최 목사와 김 여사 사건은 '사건번호'가 다른 별건이고, 두 사람에 대한 혐의도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다. 최 목사는 청탁금지법 위반, 주거침입, 위계공무집행방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4개 혐의를, 김 여사는 청탁금지법 및 변호사법 위반, 알선수재,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증거인멸 등 6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검찰 내부적으론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사건 처분과 관련해선 부의위 의결 결과 등을 종합해서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강지수 기자
최동순 기자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