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신의 아들’이라 부르며 필리핀과 미국에서 아동 성착취·인신매매를 일삼아 온 필리핀 대형 교회 목사가 현지에서 체포됐다. 현지 정부가 경력 3,000명을 투입해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벌인 지 2주 만이다.
9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베냐민 아발로 필리핀 내무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폴로 퀴볼로이(74)가 8일 체포됐다”고 밝혔다. 장 파하르도 필리핀 경찰 대변인도 “군과 경찰이 24시간 최후통첩을 내리고 교회 측 대표와 협상한 끝에 퀴볼로이와 공범 4명을 교회 내에서 붙잡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같은 날 군용기 편으로 수도 마닐라로 이송돼 경찰청 내 시설에 수감됐다.
퀴볼로이는 필리핀 ‘예수 그리스도 왕국’ 교회 설립자다. 1985년 “하나님으로부터 ‘내가 너를 이용할 것’이라는 계시를 들었다”고 강변하며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다바오시에 처음 교회를 세웠다. 이후 방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세력을 넓혀 현재 신도가 전 세계 200개국에 걸쳐 700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친구이자 정신적 조언자로도 꼽힌다.
다바오시에 위치한 ‘왕국’은 30만㎡ 규모 거대 신앙촌으로 교회, 학교, 격납고 등 건물이 40개에 달한다. 공항으로 바로 통하는 도로도 연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도 교회 본부를 두고 있다.
퀴볼로이는 ‘신의 아들’인 자신을 거부하면 ‘영원한 지옥’에 빠질 수 있다고 협박하면서 수십 년간 필리핀과 미국에서 12~25세 여성 신도를 성적으로 착취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2021년 아동 성매매와 결혼·비자 사기, 돈세탁, 현금 밀반입 등 혐의로 미국 연방수사국(FBI) 수배자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두테르테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그의 권력을 뒷배 삼아 몸을 피해왔다.
필리핀 수사 당국은 2022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정부 출범 이후에야 퀴볼로이 추적을 본격화했다. 그간 현지 경찰이 검거를 시도했지만, 신도들이 교회 단지 입구를 막고 저항하는 바람에 실패했다.
경찰은 지난달 24일 교회에 경찰 2,000명을 배치하며 체포영장 재집행에 나섰지만 이 역시 퀴볼로이 추종자 수백 명에 의해 가로막히면서 고전했다. 신도들이 돌을 던지거나 칼을 휘두른 탓에 경찰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고, 대치 과정에서 추종자 한 명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이후 정부가 경력 1,000여 명을 더 증원하며 강경 대응에 나선 끝에 약 2주 만에 신병을 확보한 셈이다.
필리핀 정부가 퀴볼로이를 미국으로 송환할지는 미지수다. AFP는 “퀴볼로이가 (정부에) 항복 조건으로 ‘특별 인도’를 받지 않는다는 서면 보장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미국에 보내지 않는다는 점을 약속한 대가로 투항했다는 의미다. FBI가 퀴볼로이의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