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전쟁 '휴전의 꿈'이 물거품으로 끝날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가자지구·이집트 간 완충 지대인 '필라델피 회랑' 내 이스라엘군 영구 주둔을 고집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탓이다. 휴전 중재국인 미국은 물론, 이스라엘 협상팀조차도 '휴전은 물 건너갔다'는 좌절감을 드러내고 있다.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채널12에 따르면 이스라엘 안보 당국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휴전·인질석방 협상 타결 가능성을 "거의 0%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스라엘 측 협상 대표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인질 가족들에게 "휴전안의 첫 단계조차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3단계 휴전안'에 기반해 진행되는데, 이 중 1단계는 △6주간 휴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인구 밀집 지역 철수 △인질·수감자 일부 교환 등이 골자다.
미국 내부 기류도 마찬가지다.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이날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백악관이 가자지구 휴전 협상 전략을 재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이스라엘 양측에 새 조건을 제시하는 등 협상을 이어가려 하지만, 참모들은 회의적이라는 얘기다. 한 당국자는 "백악관 사람들은 화가 났고 좌절했다"며 "당장은 내놓을 계획이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협상 좌초의 '주범'은 네타냐후 총리다. "하마스의 무기 반입 통로인 필라델피 회랑을 내줄 수 없다"는 말만 거듭하는 그의 아집이 매번 협상 테이블을 엎어 버린 게 사실이다. 협상이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이, 하마스는 인질 석방 조건으로 '종신형이 선고된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100명을 풀어 달라'고 요구 수위를 높이기까지 했다.
심지어 일선 협상단을 이끄는 이스라엘 양대 정보기관(모사드·신베트) 수장들도 네타냐후 총리에게서 등을 돌린 상태라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다비드 바르네아 모사드 국장과 로넨 바르 신베트 국장은 '전쟁 1년'을 맞는 다음 달 7일 이전에 휴전 또는 종전을 이루고 인질을 돌려받으려 시도하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방해로 실패하고 있다"는 게 이스라엘 내부 관리의 진단이다. 당사자 간 공식 휴전 협상은 지난달 이집트 카이로 회담을 끝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협상 재개도 감감무소식이다.
이스라엘 지도부의 분열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군의 필라델피 회랑 주둔'을 승인한 지난달 29일 안보내각 회의에서도 고스란히 표출됐다. 당시 바르네아 국장은 총리 면전에서 "이 문제를 당장 투표해야 할 타당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헤르지 할레비 군 참모총장도 '일단 1단계 휴전에 합의한 뒤 다시 군 주둔 여부를 논의하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끝까지 반대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며 격분하는 등 극우 세력 요구에 동조하는 모습만 보이며 '전쟁 지속' 의사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