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출신의 세계적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기우(59)가 지난 8일 서울시오페라단 '토스카' 공연에서 거친 태도로 관객의 야유를 받았다. '월드 클래스' 성악가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토스카'가 그 성악가 때문에 파행을 빚은 것. 게오르기우의 돌발 행동으로 인한 공연 지연, 커튼콜 거부 상황을 둘러싼 궁금증을 문답식으로 풀어봤다.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 '토스카' 마지막 공연에서 주인공 토스카 역의 게오르기우는 커튼콜에 등장하지 않았다. 한참 뒤에 무대에 오른 그는 야유가 나오자 인사 없이 퇴장했다.
게오르기우의 이례적 행동은 상대역 카바라도시를 맡은 테너 김재형(51)이 3막에서 이 작품의 대표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두 번 부른 데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관객의 끊임없는 환호에 지중배 지휘자의 리드로 김재형은 앙코르곡을 불렀고, 게오르기우는 무대에 갑자기 등장해 반감을 드러냈다. 앙코르곡이 끝나자 지휘자에게 음악을 멈추게 하고 "이건 독주회가 아니라 오페라다. 나를 존중하라"고 말했다.
게오르기우는 공연 중 앙코르가 극의 흐름을 방해한다고 항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20세기엔 많은 오페라극장이 공연 중 앙코르를 금지했다. 이탈리아의 명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1867~1957)는 라 스칼라 오페라극장 음악감독 재직 중 앙코르 금지 규정을 만들었다. 금기는 74년 만에 깨졌다. 테너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51)가 2007년 라 스칼라에서 도니체티의 '연대의 딸' 공연 중 아리아 '친구들이여, 오늘은 즐거운 날'을 두 번 불렀다. 그는 2008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도 같은 곡으로 1994년 '토스카'의 루치아노 파바로티 이후 14년 만에 앙코르를 수락한 성악가로 기록됐다.
최근에는 테너 표트르 베찰라(58)가 2017년 마스네 오페라 '베르테르' 중 '왜 나를 깨우는가'를, 2019년에는 베르디의 '루이자 밀러' 중 '해 저무는 고요한 저녁에'를 두 번 불렀다.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55)도 2021년 '토스카' 공연에서 '별은 빛나건만' 앙코르곡을 들려줬고, 같은 시즌 공연에서 소프라노 손드라 라드바노프스키(55)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의 앙코르곡을 불렀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테너 이용훈(51)이 서울시오페라단 '투란도트'에서 '네순 도르마(아무도 잠들지 말라)'를 두 번 불렀다.
게오르기우의 행동이 한국 관객을 우습게 본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는 충동적 행보로도 자주 언급되는 성악가다.
1997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카르멘' 일본 투어 공연 중 금발 가발 착용을 거부해 조셉 볼페 오페라단 총감독과 갈등을 빚었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 기자에게 인터뷰를 위해 리무진 차량과 5성급 호텔 스위트룸을 요구하기도 했다.
2016년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는 이번 서울 공연처럼 '토스카'에서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별은 빛나건만'을 두 번 부르자 다음 연기를 하지 않은 채 무대를 떠나기도 했다. 카우프만은 "우리에게는 소프라노가 없다"고 관객에게 말하며 다음 장면을 이어 갔다. 성악가가 추앙받던 오페라 황금기 시절 소프라노들과 닮은 행보를 보이는 게오르기우에게는 옛날 스타일이라는 의미의 '올드스쿨 디바'라는 별명이 있다.
공연 중 앙코르도, 게오르기우의 무대 난입도 예상 못 한 돌발 상황이었지만 좀 더 세심한 공연 준비 과정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오페라 중 앙코르는 장단점이 있고 계약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사전 검토할 부분은 아니다"라면서도 "게오르기우의 성향이 까다롭고 이전에 유사 사례가 있었음을 감안해 연습 과정 중에라도 공연 중 앙코르에 대해 미리 논의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