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특파원 기사 부각해야... 한국과의 접점 보도 많아지길"

입력
2024.09.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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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뉴스 평가

한국일보 9기 뉴스이용자위원회가 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 18층 대회의실에서 뉴스 평가 회의를 열고 첫발을 뗐다. 9기 위원회는 위원장 김경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 외부 위원 강민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인공지능연구단 책임연구원, 권혜진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공동대표·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대표, 유혜정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수석연구원, 장민제 바이트컴퍼니 부대표, 정명화 법무법인 이채 변호사, 정지훈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생,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내 위원인 김희원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으로 구성됐다.

첫 회의에서는 8월 많이 보도된 미국 대통령 선거와 2024 파리 올림픽·패럴림픽, 장기화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등 국제 뉴스를 살폈다. 회의에는 9기 위원들 외에 한국일보 송용창 뉴스룸 뉴스1부문장과 김회경 논설위원이 참석했다.


"국제 보도, 한국과의 접점 찾아야"

김 위원장은 "국제 뉴스 특성상 단순한 사실 보도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발전시켜 한국과의 접점을 찾는 심도 있는 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국제 뉴스에서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국내에 미칠 영향이라는 점을 위원들은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미국 대선 기사도 이런 면에서 평가됐다. 김 위원장은 "미국 대선 판세를 이해하는 데에 ''이대남'들이여… "파이트!"'(8월 26일 자)와 같은 기사가 도움이 됐다. 이 같은 선거 동향 보도도 중요하지만 선거 결과가 우리 사회와 세계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좀 더 많이 보도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명화 위원도 "각 후보의 정책이 다뤄지고는 있으나 카멀라 해리스,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주요한 차이는 경제 정책이다. 경제와 세금 등에서 미국의 행보는 한국 사회에도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관련 보도에 집중해 주기를 주문했다. 이 밖에 유 위원은 '잠자리 출세' 등 정치인 발언을 인용한 제목 표현이 자극적이라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1년 경과를 시각자료와 함께 설명한 '1년 만에 관심 '뚝'… 현지 파견 전문가도 비공개'(8월 16일 자) 기사는 국내와 관련도 높은 시의적절한 보도로 평가됐다. 하지만 '"민주당 괴담 정치에 혈세 1.5조 원 낭비"'(8월 23일 자) 등 이와 관련한 국내 정치인 발언 기사들은 "하나의 의견이 사실처럼 보일 오해 여지가 있다"고 유 위원은 지적했다. 그는 "전문가 의견을 포함한 후속 보도를 통해 균형 있는 시각을 제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 현안과 관련한 해외 사례 보도를 많이 하라는 당부 또한 이어졌다. 금융투자세 폐지와 관련해 '美·獨·日 주식 차익에 소득세… 대만은 개미 반발로 철회'(8월 16일 자) 기사가 의미가 있었다는 의견이었다. 딥페이크에 대한 해외 국가들의 법적·정치적 대응을 자세히 다뤄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복잡한 이슈, 풍부한 맥락 설명 필요"


위원들은 맥락을 잘 설명하고 복잡한 역학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국제 뉴스를 만들도록 다양한 조언을 남겼다. 하 위원은 주 1회 정도 주요한 국제 현안을 심층적으로 다루는 전면 기획이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정보원을 다양화할 필요성을 짚었다. 그는 "러-우 전쟁, 이-하마스 분쟁 관련 보도를 주로 뉴욕타임스, AFP 등에 의존하는데 미국 시각만 전달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권 위원은 "기사 인용의 출처를 확인하고 뉴스의 배경과 맥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하이퍼링크를 적극 활용하라"고 제언했다. 그는 "포털에서는 기사 속 하이퍼링크가 노출되지 않는 한계가 있지만 한국일보 홈페이지에서라도 인용된 원문이나 출처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송 부문장은 "특파원들 기사부터 하이퍼링크 달기를 시작해 다른 기사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 지도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 위원은 "국제면에는 지명이 많이 나온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나 투자 등 많은 이해관계가 엮여 있다. 복잡한 요소를 정리해서 독자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제시한다면 기사 이해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인포그래픽의 중요성을 말했다. 정지훈 위원 역시 "미 대선 보도에서 트럼프와 해리스 후보의 정책을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는 직관적인 그래픽 기사가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연합뉴스의 경우 두 후보의 분야별 정책을 시리즈로 보도하며 그래픽을 주요하게 담았다는 것. 그는 "전쟁 보도의 경우 전황, 피해 발생 지역, 미 대선과 관련해서는 지지율 분포, 경합주 등이 글로만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시각화를 확대하기를 주문했다.



특파원들이 쓰는 기사는 차별성과 독창성, 꼼꼼한 취재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장 위원은 신은별 베를린 특파원의 '베를린에서 출근길 투쟁한 전장연 "미안하다고 하니 괜찮다더라"'(8월 23일 자) 기사에 대해 "한국과 공감대를 찾아 비교한 점이 좋았다"고 호평했고 "류호 도쿄 특파원 또한 간토대지진, 한국계 교토국제고 고시엔 우승,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등 국내 독자가 관심을 가질 분야를 심도 있게 취재한 점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 밖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빅테크 외에 스타트업에 대한 소식을, 일본의 정치 시사만이 아니라 경제 소식도 적극 다뤄주기를 당부했다.

"고유한 콘텐츠, 온라인에서 부각 안 돼"


한국일보의 국제 뉴스 온라인 유통에는 아쉬움이 많다는 지적이었다. 우선 국제 뉴스를 지역별로 분류한 홈페이지 구성이 직관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장 위원은 지역별 분류 대신 미국 대선, 올림픽·패럴림픽, 러-우 전쟁처럼 키워드로 기사를 묶어 배치하기를 권했다. 그는 또 "특파원 기획은 한국일보의 고유한 콘텐츠인데, 메인 화면은 물론 기자 개인 페이지에서도 따로 분류되지 않고 있다"며 "특파원 기사, 기획 코너를 전면에 내세워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지훈 위원도 "관심 있는 이슈를 연속해서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라이브 이슈는 관련 기사를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며 "기획 기사나 인터랙티브 등 심층적이고 분석적인 뉴스를 눈에 띄게 배치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유튜브 한국일보 채널에서 유통된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 하이라이트'는 눈길을 끈 동영상 콘텐츠로 꼽혔다. 권 위원은 "오바마 부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팀 월즈 등의 연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편집하고 한국어 번역과 함께 제공한 점이 돋보였다"며 "요즘 뉴스이용자들은 현장감 있는 영상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사에 강조 표시를 하는 것도 가독성을 높여주는 좋은 시도로 평가됐다. 장 위원은 다만 기자마다 굵기, 밑줄 등 강조의 형식과 강조하는 부분이 제각각이어서 통일된 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논설위원은 "현재는 기자 개인에게 맡겨져 있는데 일관된 기준을 제시하자는 의견에 공감한다. 또한 강조 표시가 과다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용어와 사진 선택이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시됐다. 유 위원은 "러-우 전쟁이 장기화해 새로운 이슈를 꺼내거나 심층 분석을 반복하기 어렵지만, 자극적인 사진 위주의 전쟁 보도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목에 쓰인 '우크라의 도박'에 대해서도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전쟁에는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정지훈 위원은 2024 파리 올림픽과 관련해 "복싱 금메달을 딴 트랜스젠더 선수 기사의 거의 모든 제목에 '성별 논란'이 들어가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조성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성별 논란보다는 체계적인 올림픽 출전 기준 수립의 필요성을 다룬 기사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성별 논란'이라는 표현은 해당 선수를 설명하기 위한 키워드로 사용했을 텐데 우려되는 바에 대해 동감한다. 대체할 표현을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다.


'36주 낙태' 등 선정적 접근 자제해야


국제 분야 외에 좋은 기사로는 많은 위원들이 기획기사 '추적 : 지옥이 된 바다'(8월 12일 자~)를 꼽았다. 기후위기와 관련해 바다의 변화를 다룬 내용이 심층적이었고 그래픽도 이해를 도왔다는 평이다. 유 위원은 "'오늘 먹은 갈치조림, 5g당 플라스틱 27개도 함께 먹었다'처럼 독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치와 다양한 그래픽을 활용해 독자가 이해하기 쉬웠다"고 말했다. 가사관리사 최저임금 논란과 관련한 팩트체크 기사 '6배 주는 한국이 호구? 싱가포르는 임금 적어도 주거·식대 등 별도 제공'(8월 28일 자)도 호평을 받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꼼꼼한 근거를 제시해 사실을 바로잡아주었다"(김 위원장)는 의견이다. 칼럼 '오늘 세계'도 방글라데시, 케냐 등 언론에서 자주 접하기 힘든 국가의 정세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유튜브 영상으로 이슈가 된 '36주 낙태'를 다룬 일련의 기사들은 제도적인 측면에 더 무게를 두었다면 좋았겠다는 평을 받았다. 유 위원은 "살인 혐의, 영상 조작 여부, 태아 시신 화장 등 자극적인 단어와 시각으로 기사가 작성됐다. 사건 자체보다 여성의 재생산 결정권,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한 법·제도의 한계, 사회적 분위기 등에 대해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민구 위원은 'OECD 회원국서 집값 불만 사상 최고… 한국은 상대적으로 덜해'(9월 3일) 기사에 대해 "기사에서 주택 가격 불만의 원인으로 주택 공급을 언급했는데 다른 원인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고, 한국의 집값 불만이 낮다는 것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남는다. 더욱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해결 범죄를 다룬 '세계의 콜드케이스' 기획은 '저녁 외출 나간 빨간 코트 기숙사생, '2000점 토막' 상태로 돌아와'(8월 23일 자)라는 제목과 내용이 너무 선정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권 위원은 "제목이 과하게 자극적이라 오히려 불쾌감을 유발한다. 지면 하나를 할애할 만큼 보도 가치가 있었나 싶다. 과거의 해외 사건이라 하더라도 범죄 보도 준칙에 충실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난 오클랜드의 딸" 버클리 출신 감추는 해리스'(8월 27일 자)의 경우 뉴욕타임스 원기사는 해리스 후보의 성장기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풀어내 몰입을 이끈 반면 단순한 사실 전달에 그쳐 아쉽다는 의견이 나왔다.




심이주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