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 'Z세대 업고 튀어'

입력
2024.09.11 11:57
나영석 PD, 예능인 행보 ing 
연출자 아닌 크리에이터로 비약적 성장세 
팬미팅 1분 만 매진 신화 '쾌거'

올해 24년차인 나영석 PD가 본격적으로 크리에이터 대열에 합류했다. 백상예상대상 예능인 수상에 이어 생일 카페 개최, 팬미팅 매진까지 연이은 쾌거를 알리면서 본격적으로 팬덤을 구축한 모양새다.

지금의 나영석 PD를 규정할 수 있는 단어는 무엇일까. 현재 가장 잘 나가는 예능 PD, 그리고 인기 유튜버, 그리고 인기 팬덤을 뒤에 업은 크리에이터다. 통상적으로 PD들은 카메라 뒤에서 목소리만 주로 등장했다. 나영석 PD의 대표작 중 하나인 '1박2일'에서도 나영석 PD는 자신의 목소리를 결코 편집하지 않았다. 출연자들과 연출자의 케미스트리가 방송을 더욱 맛깔나게 하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지점은 '1박2일'을 비롯해 '꽃보다청춘' '신서유기' '강식당' '출장 십오야' '서진이네' '지구오락실'까지 유구하게 이어진 계보다. 출연자들을 당황하게 하면서도 자신 역시 출연자들의 함정에 빠지는 모습은 나영석 PD 예능의 시그니처다. 출연하는 스타들을 인프라 삼아 시즌제로 명맥을 이어가는 것 또한 나영석 PD의 주 특징이기도 하다. 때론 '자가복제'라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흥행 타율이 높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 가운데 나영석 PD가 카메라 앞에서 직접 나서면서 이색적인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늘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던 나영석 PD가 카메라 중심에 서는 순간 놀라운 파급력이 발휘됐다. MZ세대가 나영석 PD의 유튜브에 폭발적으로 유입된 것이다. 나영석 PD 본인 역시 자신의 셀링 포인트를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나영석 PD는 유재석 침착맨 등을 제치고 남자 예능인상 수상에 성공했다. 600만 팔로워의 열렬한 지지 속에서 거둔 성과다. 수상 당시 나영석 PD는 "제가 카메라와 연기자 사이에, 매체와 시청자 사이에 있는 사람이라서 이 상을 주신 것 같다"라고 언급했고 이 말은 그의 인기 비결을 납득할 수 있는 지점이다.

나영석 PD가 올해 4월 진행한 인기 아이돌, 또 배우만 열리는 '생일카페'도 생소했지만 팬미팅 개최 또한 길이남을 업적이다. 나영석 PD는 오는 10월 5일 '에그고등학교 4학년 9반-나영석 첫 번째 팬미팅' 개최를 앞두고 있다. 당초 예정된 1,200석은 예매 시작 후 1분 만에 매진됐고 추가 회차가 오픈돼 같은 달 6일에도 팬미팅이 개최된다. 그간 어떤 예능 PD도 팬미팅 전석 매진 신화를 이루진 못했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나영석 PD의 영향력이 다시금 체감된다.

티켓판매 사이트 인터파켓티켓에 따르면 예매자의 비율은 남성 21.8%, 여성 78.2%다. 압도적으로 여성 팬층이 높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또 다른 특이점은 연령대의 분포도다. 1위는 20대(50%), 2위는 30대(25.3%)다. 3위는 40대(9.2%), 4위에는 10대(8.1%)가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50대는 4.4%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왜 Z세대는 나영석 PD에 열광할까. 그간 나영석 PD가 많은 흥행작을 내놓은 것과 별개로 나영석 PD가 갖고 있는 인간미가 인기의 비결이다. 예능 속 나영석 PD는 늘상 출연자들과의 실랑이를 벌이지만 너털웃음을 터트리면서 결국 지고 마는 포지션이다. '지구오락실' 속 이영지 안유진이 세대를 뛰어넘어 친구처럼 대해도 속절없이 당하는 PD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신선함을 넘어 소통의 아이콘 격이 된 것이다. 이처럼 나영석 PD는 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격의 없는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면서 새로운 바이브를 자아냈다. 이처럼 20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나영석 PD는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까.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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