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산양 떼죽음, 먹이주기만이 능사인가

입력
2024.09.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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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타임을 한 번 놓쳤는데 또 놓칠 수는 없다." "올겨울이 오기 전 시급성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달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관리실태 진단 및 야생동물 피해대책 방안 마련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ASF 차단 울타리의 낮은 효용성과 야생동물 피해를 막기 위한 울타리 철거 필요성이 논의된 자리였다. 정부, 학계, 시민단체, 국회 관계자들이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산양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 모였다는 데에는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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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에만 사망한 산양은 1,022마리에 달한다. 국내 서식하는 산양이 최대 2,000여 마리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이 죽은 것이다. 산양이 몸으로 우리에게 보내는 구조신호(SOS)임은 분명하다. 해당 토론회에서도 당장 올겨울에는 이 같은 떼죽음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설치한 지 5년이 지난 ASF 울타리의 개방 및 철거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철거의 시급성과 방안 등을 놓고는 정부와 시민단체 간 온도 차가 컸다.

정부는 환경부가 추진 중인 '야생멧돼지 ASF 차단 울타리 효과분석 및 관리개선 방안'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내년 5월 이후에 울타리 개방이나 철거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책이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수립돼야 한다는 건 맞다. 하지만 내년만 바라본다면 당장 다가오는 ‘올겨울' 산양들은 어떡하냐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연구 용역과 별도로 올해 3월부터 강원지역 21개 지점을 4m씩 개방하고 야생동물의 이동현황을 모니터링하는 울타리 부분개방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3,000㎞에 달하는 울타리에 비하면 개방 거리는 상대적으로 짧다. 더욱이 산양이 사망하거나 구조된 위치 중심이 아닌 ASF가 발생하지 않고 양돈농가로부터 떨어진 곳으로 개방 구간이 선정되면서 모니터링 결과에 대한 기대치는 낮아진 상태다.

정부의 허술한 데이터 관리도 보완돼야 한다. 모든 정책은 자료 분석에 기반해야 함에도 이런 기본 원칙이 산양을 위한 정책 마련 과정에서는 지켜졌다고 보긴 어렵다. 한국일보와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은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으로부터 받은 1,090개의 멸실신고서 한글파일을 일일이 열어 산양 사인을 분석한 바 있다. 데이터를 표준화 및 전산화를 통해 관리하고, 정책에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관계기관들은 산양 떼죽음의 원인을 '이례적 폭설'로 지목하며 대책으로 '먹이 주기'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 역시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국가유산청은 올해도 산양 먹이 급식대와 공급 횟수를 늘릴 것이라고 하지만 언제, 어느 위치에, 어떤 먹이를, 어느 정도 줄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없다. 주먹구구식 먹이 주기인 셈이다. 국가유산청에 이에 대한 근거를 요청하니 포유류가 아닌 조류에 대한 연구논문 5편이 전부였다.

올겨울 눈이 또 얼마나 올지 예상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폭설이 오지 않기를 기도만 할 수는 없다. 겨울이 오기 전 울타리 개방 확대 및 철거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 논의되고 실행돼야 한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