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해군 스파이로 의심받던 흰돌고래(벨루가) '발디미르'의 사인이 총상이라는 주장이 동물단체들에 의해 제기됐다. 이들은 노르웨이 현지 경찰에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며 범죄 수사를 촉구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발디미르를 위해 일해온 비정부기구(NGO) '원웨일(OneWhale)'과 노르웨이 동물보호단체 '노아(NOAH)'의 발표를 인용, 발디미르 사체 여러 곳에서 총상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원웨일을 창립한 레지나 호그 대표는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난 5년간 발미디르와 함께 해오며 그를 잘 알고 있다"며 "발디미르의 사체를 보고 총에 맞아 죽었다는 사실을 즉시 알았고, 심지어 사체에 총알이 박힌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원웨일은 "수의사, 생물학자 등 전문가들이 발디미르의 사진을 검토한 결과, 발디미르의 사망이 범죄 행위와 연관된 것이 확인되면서 즉각적인 경찰 개입이 필요해졌다"고 주장했다. 노아의 대표이자 수의사인 시리 마틴슨도 "발디미르가 부상을 입은 흔적은 놀랍고 충격적"이라며 "경찰이 신속하게 개입해 그의 죽음에 관한 모든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지난달 31일 노르웨이 남서쪽 리사비카 앞바다에서 발디미르의 사체를 처음 발견한 단체인마린 마인드는 당시 "사인을 밝힐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이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3주가량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원웨일은 국내와도 인연이 있다. 호그 대표는 당시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발디미르를 위해 벨루가 보호구역을 짓고 있다"며 "롯데에 홀로 남은 벨라를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원웨일에 따르면 최근 노르웨이 정부로부터 발디미르의 이주 허가를 받고 보다 안전한 환경의 북부 지역으로 이주를 준비 중이었다. 이와 달리 마린 마인드는 발디미르의 이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디미르는 러시아 해군 스파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었다. 그가 사람을 좋아해 선박과 관광객을 쫓아다니는 행동은 안전에 위협이 됐고, 인근 연어 양식장에 손실을 입히면서 주민들로부터도 '밉상' 캐릭터가 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이에 동물단체는 발미디르를 위한 보호구역 설치나 안전한 곳으로의 이주를 제안해오던 중 지난 1일 죽은 채로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