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5일 여야의 막말 공방 속에 이틀째 파행됐다. 빌런(악당)부터 꼬붕(아랫사람을 뜻하는 비속어)까지 국회의 수준을 의심케 하는 각종 비속어가 난무했다.
회의는 시작부터 삐걱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전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신을 '빌런'이라고 비난한 것을 문제 삼으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없이는 회의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위원장이 회의를 보이콧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이 세 번째로 발의한 채 상병 특검법을 단독으로 상정시키자 "꼼수 상정"이라고 주장하며, 정 위원장을 '빌런'에 빗대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3일 야5당이 공동발의한 네 번째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 시간을 줄이려고 야당이 서둘러 사전작업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기존 법안과 병합심사하면 숙려기간을 생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발끈했다. 그는 "국회법상 법안 숙려기간은 위원회 의결로도 생략할 수 있는데 무엇이 꼼수라는 거냐"고 반박했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이 나를 빌런이라고 비난했는데 상당히 모욕적이다. 빌런의 사전적 정의는 악당, 악인, 범죄자를 뜻하던데 제가 빌런이면 같은 공간에서 회의를 하는 (국민의힘) 여러분들은 악당의 꼬붕들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이 덜 풀린 정 위원장은 대뜸 윤석열 대통령까지 끌어들였다. '일제시대 (선조들) 국적이 일본'이라는 노동부 장관을 임명하며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윤 대통령이야말로 진정한 대한민국의 악당 아니냐"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까지 소환되자 국민의힘은 거세게 반발했지만, 정 위원장은 "일단 사과부터 하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제3자 입장에서 말할 기회를 달라"고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했지만, 정 위원장은 "본인은 (사과의) 당사자지 제3자가 아니지 않느냐. 국어교육 못 받았냐"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제히 "모욕적"이라며 집단 반발하며 회의장이 소란스러워지자 정 위원장은 급기야 정회를 선언했다. 결국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불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