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공약 수립을 지원한 의혹을 받았던 김윤태 전 한국국방연구원(KIDA) 원장을 해임한 국방부 조치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년 임기가 종료된 상태에서 국방부가 임의로 임기를 연장한 뒤에 해임을 했는데, 법원은 이미 임기가 끝난 사람을 해고한 것은 절차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김순열)는 김 전 원장이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해임무효확인 소송에서 5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미 KIDA 원장 지위에 있지 않아 해임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람(김 전 원장)에 대한 처분은 위법하다"면서 "임기에 관한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해 그 위법이 중대·명백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올해 1월 말 김 전 원장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20대 대선 당시 이 대표 캠프의 공약 수립을 지원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김 전 원장이 KIDA 직원을 동원해 공약을 논의했다는 것이었다. 감사원은 국방부에 김 전 원장을 해임하라고 통보했고, KIDA는 2월 13일 이사회를 열어 해임안을 의결했다. 김 전 원장 임기는 2월 7일까지였지만, 국방부는 임기를 2월 16일까지로 연장한 뒤 해임 처분했다. 국방부는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았을 경우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KIDA 정관을 근거로 들었다. KIDA는 국방부 산하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김 전 원장은 "이미 퇴임을 했는데도 국방부가 해임을 강행했다"며 반발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앞서 신청한 집행정지에선 1·2심 모두 인용 결정을 받았다. 김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선임행정관,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을 지내고 2021년 2월 KIDA 원장에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