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 진영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이례적 지지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한때 하원 공화당에서 당내 서열 3위였던 리즈 체니 전 의원도 4일(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깊은 불신이 가져온 결과다.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체니 전 의원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州) 듀크대 연설에서 "트럼프가 초래하는 위험 때문에 나는 그에게 투표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해리스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특히 (노스캐롤라이나와 같은) 경합주에서 우리가 후보자의 이름을 적는 데 있어 사치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수주의자로서, 헌법을 믿고 신경 쓰는 사람으로서, 나는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해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체니 전 의원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일했던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로, 한때 하원 공화당 서열 3위인 의원총회 의장도 맡았다. 해리스 부통령과는 정책적 대척점에 있는 강경 보수파다.
다만 그는 공화당 내에서 '반(反)트럼프'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 패배에 불복해 벌인 2021년 '1·6 워싱턴 국회의사당 폭동'이 결정적 계기였다. 체니 전 의원은 트럼프 당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하원의 민주당 주도 진상조사위원회에 공동 의장으로 참여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직 금지 조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후 친(親)트럼프 세력에 찍힌 체니는 당 지도부에서 축출됐고, 지역구 경선에서도 패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등지는 공화당 인사는 점점 늘고 있다. 아버지·아들 부시 전 대통령,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 등과 일했던 공화당 측 참모 238명도 지난달 26일 공개서한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매케인 전 의원 아들 지미 매케인도 하루 전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2024년 대선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뜻밖의 행보를 알렸다. 글로벌 홍보 컨설팅 기업 에델만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이자 전 유엔 대사인 니키 헤일리를 EGA(글로벌 공공 정책 컨설팅 부서) 부회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헤일리 전 대사는 9월 초 에델만에 합류할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우리 팀에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던 만큼 헤일리의 '독자 행보'는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헤일리는 자신의 인도계 혈통을 공격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냉랭한 관계였고, 지난 3월 후보직을 사퇴할 때에도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5월에는 "바이든은 재앙이었기에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이라며 처음으로 지지를 선언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영입 의사를 보이며 화답했다.
그러나 헤일리는 트럼프 캠프 대신 '기업행'을 택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헤일리가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음에도 (트럼프 측 합류 대신) 다른 선택지를 모색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짚었다. 에델만 측은 향후 헤일리의 정치 참여 가능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액시오스는 "트럼프 캠프는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