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천적' 공화당 체니도 "해리스 지지"… 헤일리는 '트럼프 팀' 대신 기업행

입력
2024.09.05 15:51
하원 공화당 서열 3위였던 체니 전 의원
"헌법 신봉자로서 해리스에 투표하겠다"
'트럼프 지지' 헤일리도 뜻밖의 독자 행보

미국 보수 진영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이례적 지지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한때 하원 공화당에서 당내 서열 3위였던 리즈 체니 전 의원도 4일(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깊은 불신이 가져온 결과다.

"사치 부릴 수 없어, 해리스 찍겠다"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체니 전 의원은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州) 듀크대 연설에서 "트럼프가 초래하는 위험 때문에 나는 그에게 투표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해리스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특히 (노스캐롤라이나와 같은) 경합주에서 우리가 후보자의 이름을 적는 데 있어 사치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수주의자로서, 헌법을 믿고 신경 쓰는 사람으로서, 나는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해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체니 전 의원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일했던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로, 한때 하원 공화당 서열 3위인 의원총회 의장도 맡았다. 해리스 부통령과는 정책적 대척점에 있는 강경 보수파다.

다만 그는 공화당 내에서 '반(反)트럼프'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 패배에 불복해 벌인 2021년 '1·6 워싱턴 국회의사당 폭동'이 결정적 계기였다. 체니 전 의원은 트럼프 당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하원의 민주당 주도 진상조사위원회에 공동 의장으로 참여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직 금지 조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후 친(親)트럼프 세력에 찍힌 체니는 당 지도부에서 축출됐고, 지역구 경선에서도 패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등지는 공화당 인사는 점점 늘고 있다. 아버지·아들 부시 전 대통령,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 등과 일했던 공화당 측 참모 238명도 지난달 26일 공개서한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매케인 전 의원 아들 지미 매케인도 하루 전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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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리 팀에 둘 것" 무색해진 트럼프 말

2024년 대선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뜻밖의 행보를 알렸다. 글로벌 홍보 컨설팅 기업 에델만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이자 전 유엔 대사인 니키 헤일리를 EGA(글로벌 공공 정책 컨설팅 부서) 부회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헤일리 전 대사는 9월 초 에델만에 합류할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우리 팀에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던 만큼 헤일리의 '독자 행보'는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헤일리는 자신의 인도계 혈통을 공격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냉랭한 관계였고, 지난 3월 후보직을 사퇴할 때에도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5월에는 "바이든은 재앙이었기에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이라며 처음으로 지지를 선언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영입 의사를 보이며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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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헤일리는 트럼프 캠프 대신 '기업행'을 택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헤일리가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음에도 (트럼프 측 합류 대신) 다른 선택지를 모색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짚었다. 에델만 측은 향후 헤일리의 정치 참여 가능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액시오스는 "트럼프 캠프는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