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안 됩니다"... 빌라 사서 6년 단기임대 등록하면 '1주택' 특례

입력
2024.09.08 07:00
16면
'8.8 공급 대책' 빌라 활성화 내용 분석
빌라 100채 사도 1주택 간주해 혜택
빌라 가격 안 오르면 세제 혜택 미미
아파트 장기임대 부활 법 1년 넘게 계류
"법 개정 뒤 최종 확정안 살펴야"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정부가 지난달 '8·8 공급 대책'을 통해 빌라를 대표로 하는 '비아파트' 활성화 방안을 내놨습니다. 빌라를 사서 임대사업을 하면 세금 혜택을 주고, 생애 최초로 사는 경우엔 취득세도 지금보다 더 깎아 주기로 한 겁니다.

내용만 보면 '나도 이참에 임대사업이나 해 볼까' 하고 솔깃할 수 있는데요. 정말 그럴 가치가 있는지 하나하나 따져 보겠습니다.

빌라 1채도 단기임대 등록 가능

가장 눈에 띄는 건 단기 등록임대제도를 다시 도입하기로 한 부분입니다. 기존 유주택자가 주택을 추가로 사서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고, 의무 임대기간(6년)과 임대료 인상률 상한(통산 2년에 5%) 등을 지키면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입니다. 집을 몇 채 사야 한다는 기준은 없고, 한 채 등록도 가능합니다.

정부가 정한 의무 임대기간은 6년입니다. 문재인 정부 때 폐지된 단기 등록임대제도(4년)보다 의무 임대기간을 2년 더 늘렸습니다. 중요한 건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는 대상이 비아파트로 한정돼 있다는 점입니다. 아파트는 해당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아파트 투기를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빌라 100채 사도 1주택 특례

자, 은퇴 후 임대소득을 기대하고 빌라를 사서 6년 임대를 놓으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1주택자와 다주택자가 받는 혜택에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기존 1주택자가 소형 주택을 사서 단기임대로 등록하면 '주택 수 제외+1세대 1주택' 특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소형 주택은 전용면적 60㎡ 이하, 집값은 수도권 6억 원·지방 3억 원(취득가액 기준) 이하 주택을 말합니다.

주택 수 제외는 세금 산정에 필요한 주택 수를 따질 때 새로 산 주택은 빼 준다는 뜻입니다. 가령 1주택자가 서울에서 소형 주택 2채를 추가로 사면 기존엔 3주택으로 간주해 주택 관련 세금을 더 세게 물리는데(중과), 세금 중과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죠.

1세대 1주택 특례는 법에 따라 1주택자에게만 주는 특별한 혜택입니다.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12억 원까지 공제해 주는 것이죠. 만약 주택 수 제외 혜택만 있다면 1주택자가 소형 주택을 10채 산 경우 세금 중과는 하지 않아도 양도세·종부세 12억 원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이 두 가지 혜택이 동시에 적용되는 효과를 따져 보겠습니다. 예컨대 서울에 12억 원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는 사람이 이번에 소형 주택 100채를 사서 단기임대로 등록했다고 가정합시다. 소형 주택을 살 때 내는 취득세는 1주택자 기준(1~3%)으로 부과되고요. 양도세·종부세 중과도 하지 않을뿐더러(주택 수 제외 혜택) 기존 12억 원 아파트를 팔 때 '1가구 1주택 특례'에 따라 양도세를 한 푼도 내지 않습니다. 매년 내야 하는 종부세 역시 기본공제 12억 원 혜택이 그대로 유지돼 종부세 고지서엔 0원이 찍히게 됩니다.

다주택자도 단기임대로 등록할 수 있는데요. 1세대 1주택 특례는 받지 못하지만, 임대사업자에게 주는 장기보특별공제 같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빌라 가격 떨어지면 낭패"

특히 주택 수 제외 혜택은 기한이 정해져 있어요. 2027년 12월까지 산 신축·기축 소형 주택만 혜택이 적용됩니다. 대신 신축 빌라는 단기임대 등록 없이 사기만 해도 주택 수 제외 혜택을 주지만, 기축 빌라는 단기임대로 등록해야 주택 수 제외 혜택을 줍니다.

앞서 정부는 연초 발표한 '1·10 대책' 때 주택 수 제외 혜택 대상을 신축 빌라(2025년 12월까지 매입)로 한정했는데, 이번에 대상을 기축 빌라까지 넓히고 매입 가능 기간은 2년 더 연장한 것입니다.

그래서 1주택자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단기임대 등록 없이 신축 소형 빌라를 사는 겁니다. 이 경우 주택 수 제외 혜택만 받을 수 있습니다. 대신 빌라를 파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겠죠. 두 번째 선택지는 신축 빌라를 사고 단기임대로 등록해 1주택 특례까지 받는 겁니다. 빌라를 언제 매각할지를 고려해 선택하면 됩니다. 다시 강조하면 이미 지어진 헌 빌라를 사는 경우엔 단기임대로 등록하지 않으면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소개해 드린 내용을 토대로 단기임대 사업자로 나설지 말지를 고민하면 됩니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볼까요. 은퇴 후 임대수익만을 염두에 둔다면 괜찮은 방법이지만, 한계도 뚜렷하다고 평가합니다. 아파트가 빠졌기 때문이죠.

주택 관련 세금은 집값이 올랐을 때야 체감하게 됩니다. 집값 차익이 없으면 양도세를 낼 일도 없죠. 그런데 빌라는 집값 상승이 거의 미미합니다. 빌라·오피스텔이 수익형 부동산이긴 하지만 최근 전세사기 여파로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이 쑥대밭이 된 데다 정부가 공공 주도로 비아파트 시장이 살아날 때까지 빌라를 무한정 매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입니다. 빌라 가격이 떨어지고 팔리지도 않으면 오히려 낭패를 당할 수 있습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추진부 부부장은 "임대수익만을 기대하고 여윳돈으로 빌라를 사기엔 리스크(투자에 따르는 위험)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빌라 활성화, 대부분 법 개정 必… 국회가 관건

이번에 발표한 건 비아파트 전용 6년 단기임대제도인데요. 앞서 정부는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의 10년 장기임대 등록제도도 도입하기로 예고한 상황입니다. 최근 여당인 국민의힘이 6년 단기임대제도와 10년 장기임대 등록제도를 담은 민간 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을 6월 17일 국회에 발의했습니다.

해당 개정안을 살펴보니 아파트 장기임대 등록제도는 2채 이상의 매입임대주택을 등록한 경우에만 허용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습니다. 4년 단기임대는 1채도 등록이 가능하지만 아파트 장기임대는 2채 이상부터 임대사업자 등록이 가능한 거죠.

문제는 법 통과 가능성입니다. 1·10 대책 때 발표한 정부 대책은 거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아파트 장기임대 부활 조치 역시 1년 전에 소개됐지만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8·8 대책 때 생애 최초로 소형 주택을 사면 취득세를 300만 원 깎아 주는 대책도 포함됐습니다. 취득가액 3억 원 안팎 빌라는 취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은 취득세 최대 감면 한도가 200만 원이지만, 생애 최초 매입한 소형 빌라에 대해선 감면 한도를 100만 원 더 늘려 준 셈이죠. 하지만 이 역시 법 개정 사안입니다.

다만 위에 소개한 주택 수 제외 혜택과 8·8 대책 때 나온 청약 때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비아파트 범위 확대(그래픽 참조)는 정부 시행령 개정 사항이라 시행이 확실합니다. 나머지는 법 개정까지 시간이 걸리니, 제도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확정되는지 확인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결론

①6년 단기임대 대상은 비아파트. 아파트는 10년 장기임대로 추진. 하지만 법 개정 사안이라 시행 시기는 미정.

②1주택자 신축 소형 주택 사면 주택 수 제외 혜택. 이는 정부 시행령 개정 사안이라 곧 시행. 기축 소형 주택은 반드시 단기임대 등록해야 혜택 부여.

③따라서 단기임대 사업자 염두에 둔다면 법 개정 뒤 세부 사항 다시 확인해야.

④생애 최초 빌라 매입 때 취득세 300만 원 감면도 법 개정 사안.

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