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현재 60세인 정년을 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맞춰 단계적으로 65세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이날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에서 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64세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년 연장 논의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다만 노동계는 임금피크제를 대안으로 꼽는 정부 기조에는 "인건비 절감책에만 치우쳤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국노총은 4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김주영·박홍배 의원과 공동으로 '노동시장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정년연장 입법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현재 법정 정년은 60세인 반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현재 63세에서 2033년엔 65세로 늘어난다. 정년을 채워 퇴직해도 연금 수령까지 최소 3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한국노총은 "연금 개시 연령과 퇴직 연령이 일치하지 않는 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노호창 호서대 법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법적 정년과 연금수급 연령이 맞지 않다"며 "연금수급 연령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므로 노후소득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년 연령 역시 연금수급 연령에 맞춰 단계적으로 높여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이날 국민연금 개혁 정부안을 발표하면서 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현행 59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대여명 상승, 고령자 경제활동 참여 증가가 정책 추진 배경이다. 특히 정부는 "은퇴 후 보험료 부담 증가, 소득 공백 등을 감안해 고령자 고용 여건 개선과 병행해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 차원에서 정년 연장을 포함한 고령자 계속고용 방안을 추진할지 주목된다.
토론회에선 초고령화 추세에 따라 정년 연장을 도입 중인 현장 사례들도 소개됐다. 대표적으로 55세 이상 근로자가 60% 이상인 자동차 부품 기업 두올아산의 경우, 지난해 정년을 62세로 늘리고 필요시 촉탁으로 63세까지 일할 수 있게 했다.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업체인 성원환경 역시 2021년 60세, 2022년 62세, 올해 65세로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했다.
정부도 중장년 계속고용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6월 27일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를 발족하고 정년 연장과 임금 개편을 핵심 사안으로 다뤘다.
다만 정년 연장 문제에 대해선 임금피크제를 전제로 한 개편이 예상된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국정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숙련도와 노동 강도를 감안해 어떤 연령을 임금피크로 (정한 뒤), 완전히 퇴직할 때까지 조금씩 내려오게 하는 유연성을 발휘한다면 근로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며 임금피크제를 대안으로 언급했다.
노동계는 임금피크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김성희 L-ESG평가연구원장은 "기업들이 노후소득 공백도 같이 짊어져야 할 과제로 생각하고 해법을 구사해야 하는데 임금피크제는 인건비 절감책에만 치우쳐 있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약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 역시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적용 사업장 대부분에서 노사 간 소송이 벌어졌다"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이대로 방치할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