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피해자 남성 가해자 여성' 묘사한 여성긴급전화 "진심으로 사과"

입력
2024.09.03 19:00
충남센터가 SNS에 올린 카드뉴스
"피해자 성인지 감수성 부족했다"

여성 폭력 피해 상담 및 지원을 제공하는 '여성긴급전화 1366'의 충남센터가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범죄 가해자를 여성으로, 피해자를 남성으로 묘사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센터는 결국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했다"고 사과하며 논란의 콘텐츠를 삭제했다.

여성긴급전화 1366 충남센터는 최근 공식 인스타그램 채널에 딥페이크 범죄 예방에 관한 카드뉴스를 게시했다. 5장에 걸쳐 딥페이크 범죄 실태와 대처 방안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카드뉴스의 표지였다. 콘텐츠 첫 화면에는 학생으로 보이는 남성이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괴로워하는 듯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었다. 남학생 아래에 '내 얼굴이 왜 거기서 나와?'라는 문구가 쓰인 것으로 봤을 때 딥페이크 범죄 피해자로 여겨진다. 남학생 양옆에는 여학생이 각각 스마트폰을 쥐고 어두운 미소를 짓고 있다. 가해자로 보이는 구도다.

이 카드뉴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통된 직후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최근 드러난 딥페이크 범죄 피해자 절대다수가 여성이었던 만큼 부적절한 묘사라는 이유에서였다. 누리꾼들은 센터에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카드뉴스 삭제를 촉구했다.

결국 충남센터는 2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이번 논란에 대해 깊은 우려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딥페이크 피해자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했던 점에서 비롯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센터는 "관련 직원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성인지 교육을 통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논란 직후 충남센터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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