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치아 간판' 정호원, 개인전 금메달!… '한국 보치아 10연패' 달성

입력
2024.09.03 04:34


한국 보치아가 '보치아 간판' 정호원(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의 활약으로 패럴림픽 10연패를 달성했다.

정호원은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1에서 열린 보치아 남자 개인전(BC3 등급) 결승에서 호주의 대니얼 미셸을 4엔드 합산 점수 5-2(3-0 1-0 0-2 1-0)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한국 보치아는 패럴림픽 10회 연속 금메달 획득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보치아는 뇌성마비 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스포츠다. 1984 뉴욕-스토크맨더빌 패럴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한국은 1988 서울 대회 때 처음 금메달을 수확한 뒤 이번 대회까지 최소 1개 이상의 금메달을 꾸준히 획득했다.


이날 경기는 일방적이었다. 정호원은 1엔드에서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그는 네 번째 공을 표적구에 붙이면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잦은 실수로 공을 소진한 미셸은 마지막 공도 표적구에 가깝게 굴리지 못했다. 이후 정호원은 신기에 가까운 기술을 펼쳤다. 5번째 공으로 이미 놓인 자신의 공들을 표적구로 밀어넣으며 순식간에 3점을 확보,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1엔드를 3-0으로 마친 정호원은 2엔드에서도 침착하게 경기를 이어갔다. 정호원은 상대 선수가 모든 공을 소진한 상황에서 표적구에 공 1개를 가깝게 붙여 1점을 확보했고, 큰 실수 없이 한 점을 추가했다. 정호원이 4-0으로 앞서자 상대 선수는 3엔드에서 표적구를 매우 멀리 굴리는 변칙 작전을 썼다. 정호원은 1,2구가 코트 밖으로 벗어나는 등 크게 흔들렸다. 위기에 놓인 정호원은 3구부터 6구를 모두 표적구 앞에 세우는 '벽쌓기' 전략으로 응수했다. 실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미셸은 남은 5개 공으로 2득점하면서 4-2가 됐다.

정호원은 마지막 4엔드에서 침착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정호원은 세 번째 공으로 표적구로 가는 길을 만든 뒤 네 번째 공을 표적구에 붙이면서 상대 선수의 대량 득점 기회를 원천 차단했다. 우승을 확정한 정호원은 경기용 안대를 벗어 던지며 포효했다.


어린 시절 낙상 사고로 뇌병변 장애를 입은 정호원은 중학교 1학년 때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처음 보치아를 접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아태평양 장애인경기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린 뒤 국내 간판선수로 급부상했고, 세계랭킹 1위를 놓치지 않으며 오랜 기간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켰다.

패럴림픽은 이번이 5번째로, 그간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 등 총 7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 베이징 대회에서 금메달(페어·2인조)과 동메달(개인전)을 획득했고, 2012 런던 대회서 은메달(개인전),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금메달(개인전), 은메달(페어), 2020 도쿄 대회에서 금메달(페어)을 거머쥐었다.

정호원은 이번 대회 페어 종목에서 강선희(한전KPS)와 함께 또 한 번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한편 정호원과 함께 단식 결승 진출에 성공했던 정성준(경기도장애인보치아연맹), 정소영(충청남도장애인보치아연맹)은 모두 은메달을 획득했다.

파리 김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