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를 포함해 임대주택 입주자들을 '거지'라 칭한 한 임대아파트 공지문이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2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기도의 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임대주택 엘리베이터에 붙은 공지문 사진이 확산하고 있다. 이 공지문을 작성한 건 이 아파트 자치회장이었다.
자치회장 A씨는 공지문에서 "솔직히 나는 돈 없고 집도 없는 거지다. 그래서 나라의 도움으로 이곳에 왔다"라며 "나 외에 입주민분 모두는 돈 많고, 다른 곳에 집도 있고 부자라서 이곳에 왔냐. 그럼 나만 거지냐"고 운을 뗐다.
A씨는 담배꽁초 무단 투기를 지적하기 위해 이 글을 작성했다. 그는 "나는 우리 모두를 위해, 아니 나를 위해서 얼마만이라도 아파트 관리비를 절약하고자 애쓰고 있다"라며 "(담배는) 누구나 피울 수 있는 거다. 그런데 아무 곳에나 버리면 누가 그 담배꽁초를 치우냐. 청소 용역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파트 청소 용역하는 분이 몇 분인지는 아냐. 청소 용역비 '돈'은 LH에서 주냐"라며 "담배를 피우더라도 제발 아파트 단지 내 바닥에 버리지 마시라"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집 한 채 없어 이곳에 온 거지라면 거지답게 조금의 돈 절약하고 아끼며 살길 정중히 부탁한다"며 "거지가 이기적이면 X팔린 것"이라고 적었다. A씨는 "나는 돈 없고 집도 없는 거지다", "그렇다면 나만 거지인가", "거지라면 거지답게" 등 거지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구를 굵은 글씨로 강조하기까지 했다.
이 공지문이 확산하면서 온라인상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것이 문제인 게 아니라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이 문제인 건데 모두 싸잡아 '거지'로 표현한 것은 과했다는 지적과 오죽 담배꽁초 무단 투기가 심하면 이런 충격 요법을 썼겠느냐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담배꽁초 버리는 사람들은 어느 아파트에나 있다", "버리는 사람을 탓해야지 굳이 모두를 거지로 지칭할 필요가 있냐", "아이들이 저 글 보고 얼마나 상처받을까" 등 비판적인 반응과 함께, "말을 해도 안 따르니까 저렇게 세게 말한 것 아니겠냐", "얼마나 담배꽁초를 버렸으면 저렇게까지 얘기할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며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