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에나 ‘박스피’ 탈출... 상대적으로 싼 업종 담아라"

입력
2024.09.02 16:00
15면
신중호 LS증권 리서치센터장 
"헬스케어·건설주로 하방 경직성을...
미국 AI 주도 성장은 끝 아닌 재시작"

당분간 국내 증시는 상승 여력을 찾기 어려운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실적 대비 주가가 저렴한 업종에 투자해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라는 조언이다.

신중호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버블은 밸류에이션으로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주제의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신 센터장은 “올해 코스피 기업 순이익 컨센서스(합의된 의견)는 190조 원으로 2021년 수준인데, 자본 총계는 2021년보다 25% 늘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ROE 8.5%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을 1배로 하면 코스피 지수는 2,790”이라고 전망치를 제시했다. 하반기 수출 모멘텀(성장 동력)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PBR이 1배를 넘기 어렵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국내 증시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종료되는 시점부터 추세적 상승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 센터장은 “금리가 2% 초반까지 내려가야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될 텐데 한국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더 엄격하게 천천히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과 가계가 부채를 감축하는 기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2026, 2027년이 그나마 박스피를 탈피하는 장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국내 증시에 투자한다면 상대적으로 싼 종목을 담을 것을 권했다. ‘하방 경직성에 기대 상방을 노려보라’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금리인하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헬스케어 △최악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건설 △이익 전망이 견조한 운송 △실적 가시성이 높은 정보기술(IT) 하드웨어 등을 추천했다. 이에 더해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조선과 일부 밸류업 업종까지 동시에 가져가는 ‘바벨 전략’으로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는 것이 좋다는 게 신 센터장의 판단이다.

국내와 달리 미국 시장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봤다. 급격한 경기침체와 증시 거품 붕괴 가능성에 선을 그으면서다. 신 센터장은 “미국은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건전해 소비와 투자 여력이 있고, 이제야 기업대출이 돌고 있다”며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 원화나 엔화, 위안화 대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시장 성장에 대한 베팅으로 오히려 미국으로 자금이 더 유입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주도의 성장은 끝이 아닌 재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강유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