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까지 2개월 남은 상황에서 민주당 해리스 후보의 인기가 뜨겁다. 아마도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에 식상함을 느꼈던 미국 유권자들이 새 인물이 등장하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도 해리스 지지율 급상승에 주목하고 매일같이 글들을 쏟아내고 있다.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필자는 종종 미국 대선 베팅사이트의 대선 결과 예측을 확인한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돈이 걸려 있는 경우 일반적으로 소수의 전문가보다 미래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RealClearPolitics.com)가 집계한 미국 대선 베팅사이트들의 평균 당선확률을 살펴보면, 8월 중순 해리스 53.7% 대 트럼프 44.9%로 격차가 10%p 가까이 벌어졌던 것으로 확인된다. 그만큼 바이든의 대선 후보 사퇴와 해리스의 등장이 주는 민주당 전당대회 컨벤션효과가 컸던 8월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펼 정책에도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해리스의 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상원의원으로 활동한 기간이 짧고, 지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일찌감치 사퇴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확정한 '2024 정강정책'도 바이든 대통령 후보를 염두에 두고 준비된 내용이었다.
다만, 필자가 관심을 갖고 있는 대외정책과 경제통상 정책에 있어서는 바이든의 정책을 계승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첫 번째 이유는 타이밍이다. 본선까지 남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바이든-해리스 진영의 정책에서 크게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 해리스 측근이자 상원 선거 정책 책임자 등을 역임한 질 해비그(Jill Habig)에 따르면, 해리스는 숙고하고 판단하는 타입으로 즉각적인 정책 전환을 꺼려 한다고 한다. 두 번째 이유는 경험 부족이다. 해리스의 외교와 경제면에서의 경험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바이든 정부의 노선을 계승하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바이든과의 차이점도 몇 가지 눈에 띈다. 의료, 무역, 환경, 세금 분야에서 해리스는 바이든보다 더 진보적 성향이 짙다. 상원의원 시절과 2020년 민주당 대통령 예비선거 과정에서 내세운 정책에는 바이든보다 좌파적인 것들이 많았다. 전 국민 단일의료보험 도입, 법인세율 35%로 인상, 상속세 증세, 야심 찬 기후변화 대책 추진 등이 대표적이다.
베팅사이트가 예측하는 9월 1일 현재 당선확률은 해리스 49.5% 대 트럼프 49.2%로 초접전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해리스의 컨벤션 효과도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바이든 집권 이후 필자가 워싱턴DC를 오가며 민주당 인사들에게 들었던 해리스 부통령에 관한 이야기는 대부분 부정적인 것이었다. 해리스 부통령의 역량에 대한 의구심을 이야기하던 많은 사람이 지금은 입을 닫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아마도 트럼프라는 강력한 적수를 맞아 민주당의 승리만을 위해 지지자들이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의 실수 몇 번이면 판세가 또 바뀌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그러한 점에서 9월 10일에 있을 해리스와 트럼프의 대선TV토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