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펑펑 쏟은 '배드민턴 에이스' 유수영 "내 자신에게 실망스러워"

입력
2024.09.01 23:28
2024 파리 패럴림픽 단식 결승 진출 실패
"오후 복식 결승전에 집중할 것"


"나 자신에게 너무 실망스럽다."

한국 배드민턴 에이스 유수영(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1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드민턴 남자 단식(WH2 등급) 준결승에서 홍콩의 찬호유엔에 세트스코어 0-2(21-23 10-21)로 패한 뒤 눈물을 펑펑 쏟으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유수영은 평소 하지 않던 잔실수를 잇따라 범하면서 다소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찬호유엔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고, 집요하게 유수영을 뒤쫓으며 긴장감 넘치는 경기를 펼쳤다. 결국 마지막까지 팽팽한 접전을 벌이다 20-20에 이어 21-21까지 두 차례 듀스 끝에 마지막 2점을 찬호유엔이 먼저 따내며 1세트를 내줬다.

2세트 초반까지도 긴장이 풀리지 않은 유수영은 실수를 연발했다. 그 사이 찬호유엔이 2,3점씩 앞서나가고 유수영이 뒤쫓는 상황이 지속됐다. 유수영 스스로도 아쉬움이 컸는지 경기 도중 배드민턴 채로 머리를 치거나 손으로 뺨을 때리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13-8 상황에서는 상대가 친 공에 유수영이 얼굴을 맞아 잠시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경기를 마친 유수영은 경기장을 빠져 나오자마자 머리를 감싸 쥐고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는 “너무 긴장한 탓에 근육 강직이 와서 경기를 내가 원하는 대로 풀어내지 못했다”며 “질 경기가 아닌데 졌다는 점에서 실망이 너무 크다”고 털어놨다. 이어 “2세트 후반에 강직된 근육이 조금 풀려서 빠르게 밀고 나갔는데,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며 “계속 이기는 모습만 상상했었는데 너무 아쉽다”고 덧붙였다.

실제 찬호유엔은 앞서 세계선수권에서 유수영이 이겨봤던 선수였던 탓에 자신이 있었다. 그는 조별예선에서 4강행을 확정한 뒤 “워낙 잘하는 선수라 방심하면 안된다”면서도 “조별예선 때처럼만 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막상 경기에 임박해서는 최근의 승부를 방어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심장이 뛰는 게 느껴질 정도로 긴장감이 밀려왔단다. 그는 “긴장하면 안 된다고 자기암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수영은 이날 오후 8시40분 정재군(울산중구청)과 함께 복식 결승전(WH1 등급)에 나선다. 그는 “남은 시간 단식은 잠시 잊고 복식에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김정준(대구도시개발공사)도 이날 이 종목 세계랭킹 1위 가지와라 다이키(일본)에 세트스코어 0-2(17-21 9-21)로 패했다. 유수영과 김정준이 나란히 준결승에서 패함에 따라 둘은 2일 동메달결정전에서 맞붙게 됐다.

파리 김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