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이동통신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 현장에서 KT 최고경영자(CEO) 김영섭 대표는 회사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유선통신(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선 변함없는 선두를 유지하고 모바일 시장에서도 2위를 다투지만 플랫폼 사업에서 거둔 성과는 아쉬웠고 이를 극복하는 것이 과제라고 본 것이다.
8월 30일로 취임 1년을 맞은 김 대표는 내부로는 인적 쇄신에 대한 요구, 외부로는 인공지능(AI) 전환의 물결이 휩쓰는 가운데 통신사 KT의 키를 잡았다. 그는 AI와 정보통신기술(ICT)을 묶은 'AICT 컴퍼니'를 목표로 내걸고 임직원의 IT 역량을 키우고 일하는 방식을 바꿨다. 부실한 사업은 정리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AI 사업에 본격 진출할 태세다.
김 대표는 2023년 8월 취임한 뒤 통신업을 넘어 거대 기술기업(빅테크)을 경쟁 상대로 꼽아 왔고 '디지털 혁신 파트너'를 거쳐 올 2월 'AICT 컴퍼니'까지 KT의 비전을 가다듬었다. 당시는 빅테크는 물론 경쟁 통신사들까지 'AI 열풍'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AI 개발과 응용에 기업 역량을 쏟는 시점이었다.
다만 김 대표가 지휘봉을 쥔 KT는 서두르지 않았다. 외부로 사업 성과를 내세우는 대신 회사를 AI와 친숙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 대표적인 것이 'AX(AI 전환) 디그리'의 도입이다. 업무 분야 상관없이 모든 직원에게 AI와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 분야의 교육 과정을 개방했다. 커리큘럼을 통과하면 AI 자격증 취득도 돕기로 했다.
직원들의 열의는 높다. KT 관계자는 "5월 처음으로 개인전 방식의 사내 코딩 경진대회 '코딩 올림피아드'를 열었는데 영업·컨설팅, 경영 지원 등 다양한 직무에서 800여 명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5~7월 진행된 '미라클 100' 해커톤에도 임직원들이 직무와 연령, 지역을 가리지 않고 참가해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서비스 등을 제안했다.
'AI 인재'를 갈망하는 김 대표는 외부 채용도 늘렸다. 사원부터 임원까지 모든 직급에 걸쳐 AI와 ICT 전문 인력을 1,000명 규모로 수시로 뽑는다고 밝혔다. 2023년부터 오승필 기술혁신부문장(CTO)을 비롯해 임원급을 다수 영입한 것도 AI 시장 공략의 발판 마련으로 풀이된다.
반면 당장 수익성이 낮고 시장 전망도 불투명한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 디지털 물류, 헬스케어 사업 등은 축소하거나 정리했다.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은 증권가의 좋은 평가로 이어졌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KT를 다룬 보고서에서 "신임 CEO 선임 이후 비용 효율화 및 수익성 중심의 사업 개편 효과가 나타나면서 수익성 개선 효과가 커질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표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개선된 체질을 발판으로 실제 성과를 내는 것이다. 업계에선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본격화하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T 관계자는 "9월 중 상세화한 협력 방안과 지원 영역이 공개될 예정"이라면서 "KT의 국내 사업 경험과 MS의 기술력을 결합해 국내 디지털 혁신 역사에 이정표를 남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