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 특혜 채용 의혹' 수사 속도… '뇌물수수 혐의' 文 소환 언제쯤?

입력
2024.09.0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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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씨 월급·주거비, 文에 건넨 뇌물
수사 마무리하려면 조사 불가피
검찰청 소환·자택 방문 등 다양
전주지검 "시기·방법 안 정해져"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44)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된 문 전 대통령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조사할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까지 수사 범위와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하면 이르면 올해 안에 조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 한연규)는 1일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 등 문재인 전 대통령 자녀에 대한 태국 이주 부정 지원 사건과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적법하게 발부받은 영장 등에 기초해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필요한 한도 내에서 신중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2018년 4월 이상직 전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된 대가로 넉 달 뒤 항공업 경력이 없는 서씨가 이 전 의원이 만든 태국 저가 항공사 타이이스타젯에 전무이사로 채용됐다는 게 핵심이다.

2019년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이 처음 의혹을 제기한 후 2021년 12월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이'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을 각각 뇌물수수·뇌물공여 혐의로 고발하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임명 과정 △문 전 대통령 부부와 다혜씨 가족 간 자금 흐름 내역 △다혜씨 가족이 태국에 머물 당시 이 전 의원으로부터 지원받은 혜택 내용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서씨는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한 이후 다혜씨, 아들과 태국에 머물면서 2018~2020년 월급 800만 원과 빌라 임차료 350만 원 등 총 2억2,300여만 원을 받았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 부부가 다혜씨 가족에게 생활비를 지원했으나 서씨 취업 이후 이를 중단했고, 이후 이 전 의원이 서씨 가족에게 제공한 각종 혜택을 문 전 대통령에게 건넨 뇌물로 보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문 전 대통령 부부 계좌 내역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검찰은 지난달 30일에는 다혜씨 서울 주거지와 제주도 별장 등을 압수수색했다. 일정한 소득이 없던 다혜씨가 수억 원에 달하는 별장을 어떻게 매수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법조계에선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문 전 대통령 소환 조사도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 조사 방식은 검찰청 조사, 서면 조사, 자택 방문 등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것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던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수사를 "정치 보복 수사", "먼지털이 수사"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이 정치적으로 논란이 큰 사건인 만큼 문 전 대통령의 조사 시기를 미룰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선 어떤 방식으로든 피의자를 조사해야 하는데 대상이 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할 것"이라며 "예우 차원에서 자택 방문, 서면 조사를 할 수도 있으나 검찰청으로 부를 경우 전주지검에 출석하는 대신 주거지와 가까운 검찰청에 출석해 조사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수사 대상자에 대한 조사 방법이나 시기 등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히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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