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노동자 난청, 한쪽 귀만 마지못해 산재 인정한 공단… 항소심도 "부당"

입력
2024.09.02 04:30
1심 법원 "양쪽 귀 모두 장해등급 판정해야"
항소심 동일 판단… 양측 상고 포기 형 확정
"청각 장애 진단 20년 만에 산재 인정받아"

석탄광업소 등 소음이 심한 사업장에서 약 40년간 일한 근로자가 청각장애를 얻은 지 20년 만에 양쪽 귀 난청 모두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법원은 한쪽 귀 질환에 대해서만 업무 연관성을 인정한 근로복지공단 측 주장을 물리치고 70대인 원고의 나이를 고려해도 난청은 업무로 인한 소음 노출의 탓이라며 산재로 인정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4-2부(부장 이광만 정선재 이승련)는 A(79)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1심처럼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1970년 광업소에서 6개월간 소음 노출 수준이 100.4㏈인 채탄보조 업무를 담당한 것을 시작으로, 소음 노출 수준이 80㏈ 이상인 탄광 내외전공(채탄, 굴진 작업자를 위해 전기조명, 환풍기 등을 설치하는 직종)으로 30년간 대한석탄공사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다른 업체에서 9년간 소음 노출 수준이 88.7㏈인 폐수처리 업무를 담당했다.

A씨는 2002년 양쪽 귀에 청각장애가 생겼다는 진단을 받고, 2010년 장해급여 청구를 했다. G병원 특별진찰 결과, A씨의 청력 손실은 좌측 38㏈·우측 61㏈(통상 21~40㏈는 경도 난청, 41~70㏈는 중등도 난청, 71~90㏈는 고도 난청 등으로 분류)로 나타났다. 정상 청력은 25㏈ 이내다.

공단은 그러나 A씨 청구를 거절했다. 진찰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고, A씨가 연속으로 85㏈ 이상 소음에 3년 이상 노출됐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A씨가 공단 처분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에서 2017년 승소하자 공단은 G병원 진찰 결과를 토대로 2019년 우측 귀에 대해서만 산재를 인정했다. 좌측 귀는 소음성 난청 인정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였다. A씨는 재차 행정소송에 나섰다. 1심에서 G병원 진찰 결과를 신뢰하지 못해 지급할 수 없다는 처분을 내려놓고는 추가 진찰 없이 G병원 진찰 결과를 근거로 한쪽만 장해등급 판정을 한 점이 위법하단 취지였다.

1심 법원은 "(다른 기관 감정 결과) 좌측 귀도 청력손실이 40㏈ 이상이고, 업무로 인한 소음 노출 사이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면서 "장해등급은 좌측 귀의 청력손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근무 과정에서 누적된 소음 노출 정도가 적지 않은 점 △소음성 난청은 소음 노출이 대칭적이라 양측 청력손실도 대칭적인 점 △G병원 진찰에 기초해 좌측 청력이 소음성 난청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단정한 위법 등을 지적했다. G병원 진찰 결과에 대해선 공단 자문의가 "재현성(측정 결과가 다시 나타나는 성질)이 없어 신뢰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소견을 낸 것도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일반적인 70대에 비추어 심한 난청인 점에 비출 때, 전체적 청력손실에는 소음성 난청 기여도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공단의 항소를 기각했고, 양측 모두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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