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사회적 문제가 확산하고 있는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성범죄' 근절을 위해 위장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또 딥페이크 영상의 제작·유통 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을 상향하고, 허위영상물을 시청하기만 해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는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와 함께 김종문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 주재로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범정부 대책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대응책을 발표했다. 이 자리는 딥페이크를 악용한 범죄 대응을 위한 종합적 논의와 범정부적 역량 결집을 위한 '킥오프(개시) 회의'로 마련됐다. 교육부와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특허청 등 소관 부처가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딥페이크 성범죄 근절을 위해 위장수사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현행 청소년성보호법(아청법)은 아동·청소년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신분위장수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대상을 '성인'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주로 텔레그램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뤄지는데, 운영사의 폐쇄적 특성 때문에 기존 수사 기법으로 추적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김 국무1차장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위장수사를 도입해야 실질적인 단속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필요성을 정부도 굉장히 크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다만 그간 논의돼왔듯 위장수사 확대 시 우려되는 부작용과 인권 문제도 있는 만큼, 아직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단계"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허위영상물의 소지·구입·시청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딥페이크물 제작·유통에 대한 처벌 기준을 상향하기 위해 '성폭력처벌특례법' 등의 법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22대 국회에도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 발의돼 있는 만큼, 정부는 관련 법안의 신속한 제·개정을 위해 여야와 협력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허위영상물 삭제와 심리상담·법률·의료·지원 등 피해자 지원 강화, 딥페이크 제작물 탐지 기술 추가 상용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딥페이크 성범죄가 10대 청소년과 학교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점을 고려해, 교육부가 학교 내 피해 실태를 파악하고 학교 내 예방 교육 강화 등 교육 현장에서의 구체적 대응책 마련에도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전문가 등 민간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10월까지 범정부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