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뒤 국내서 뜨는 모든 국제선 항공기에 지속가능항공유 1%씩 섞는 방안 추진한다

입력
2024.08.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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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속가능항공유(SAF) 확산 전략 발표
한국, 전 세계 20번째 SAF 급유 국가 등재
연간 국내 탄소 감축 효과 약 16만 톤 예상
항공요금 인상 여부 관건…"대책 마련 중"


2027년부터 국내에서 뜨는 모든 국제선 항공기는 1% 안팎의 지속가능항공유(SAF) 혼합 연료를 반드시 사용하게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제 항공 분야에서 탈(脫)탄소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우리나라도 선제적으로 준비에 나섰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SAF 급유로 항공요금 인상 부담이 커지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SAF 확산 전략을 공동 발표했다. 이날부터 인천공항을 출발해 일본 하네다 공항에 가는 대한항공을 시작으로 △티웨이항공(인천∼구마모토) △아시아나항공(인천∼하네다) △이스타항공(인천∼간사이) △제주항공(인천∼후쿠오카) △진에어(인천∼기타큐슈) 등 국내 6개 항공사가 4분기까지 SAF가 1% 섞인 연료를 주 1회 급유해 운항한다. 이들 항공사들은 국내 정유사로부터 SAF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국산 SAF 급유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스무 번째 SAF 급유 국가가 됐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가 의무화되는 2027년 제도를 확대 시행해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의 SAF 1% 혼합 급유 의무화를 추진한다. 정부는 2023년 우리나라 국적사 운송량을 기준으로 1% 혼합 급유가 의무화되면 탄소를 연간 약 16만 톤(t)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승용차 5만3,000대에서 1년 동안 나오는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다.


"항공요금 영향 최소화 위해 인센티브 도입 검토 중"


문제는 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SAF는 폐식용유·폐플라스틱·폐타이어·열분해유 등을 주원료로 하는데, 이들 원료 가격이 원유보다 비싸 SAF 생산 가격도 기존 항공유 대비 2, 3배가량 비싸다. 연료 가격이 높을수록 항공사가 고객들에게 받는 항공 운임료 가격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높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 그룹은 유럽연합(EU)의 SAF 혼유 의무화 이후 최대 72유로(약 10만7,000원)의 요금을 항공료에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일단 SAF 혼합 비율을 1% 내외로 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당장 SAF 활용 확대로 인한 항공료 인상 영향은 적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SAF를 1% 혼합할 경우 인천-하네다 항공편은 1,000~2,000원, 인천-파리 항공편은 약 6,000원 항공 운임 인상 요인이 있다"며 "항공사는 SAF를 사용함으로써 탄소배출권을 덜 사도 돼 실질 비용은 더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앞으로 SAF 가격이 일반 항공유보다 높은 점을 감안해 SAF 혼합 의무화가 항공료 인상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SAF 항공편 이용 승객에게 별도의 '탄소마일리지'를 적립해 주거나 항공사의 공항시설 사용료를 깎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항공사 대상 SAF 비용을 운임료에 반영하는 정도에 따라 알짜 노선 운수권 배분 시 가점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산업부는 SAF 생산 확대를 위해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R&D), 시설 투자가 제때 이뤄질 수 있도록 투자세액공제 확대 방안 등을 검토하는 등 높은 SAF 생산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인센티브도 마련할 계획이다. SAF가 폐식용유 외 다양한 원료로 생산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및 해외 바이오 자원을 공동 조사하는 한편 해외 원료 확보·저장·유통 인프라 구축 등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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