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 신고, 한 주간 88건… 텔레그램도 '방조 혐의' 내사

입력
2024.09.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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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제조·유포 피의자 24명 특정
경찰, 국제공조·위장수사 확대 추진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성범죄 피해 신고가 최근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 보도 이후 딥페이크 음란물이 유통되던 텔레그램 채널 대부분이 폐쇄되면서 사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찰은 위장수사와 국제공조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또 텔레그램 법인에 대해서도 성착취물 유포 방조 혐의로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2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딥페이크 관련 지난주에만 신고 88건이 접수됐고 피의자 24명을 특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7월까지 관련 신고는 전국에서 총 297건 접수돼 주당 10건에 미치지 못했는데 10배 가까이 폭증한 셈이다.

그러나 익명성이 강조되는 텔레그램 특성상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다. 2019년 이른바 'n번방' 사건 당시에도 경찰은 텔레그램 측에 7차례 수사협조를 요청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 최근 논란이 된 여군 딥페이크 텔레그램 채널의 경우 논란이 되자 즉시 채널이 소멸돼 경찰이 증거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 본부장은 "텔레그램이 수사 자료를 안 준다고 해서 검거를 못 하는 건 아니다"라며 "경찰 나름대로의 수사기법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텔레그램 법인에 대해서도 허위 영상물 제조에 대한 방조 혐의를 적용해 내사를 시작했다. 한국 경찰이 텔레그램 법인을 조사하는 것은 처음이다. 텔레그램이 딥페이크와 마약, 도박 등 각종 사이버범죄의 통로가 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국제공조를 강화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프랑스 경찰 당국은 지난달 텔레그램의 창립자인 파벨 두로프를 텔레그램 내 아동 음란물 유포·마약 밀매·조직적 사기 및 자금 세탁 등을 방치해 사실상 공모한 혐의로 체포해 예비 기소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프랑스 수사당국이나 국제 경찰기구 등과 공조해 텔레그램 수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라고 설명했다.

국제공조와 함께 디지털성범죄 위장수사 범위 확대도 추진된다. 현행법상 디지털성범죄 위장수사는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성범죄인 경우로만 한정돼 있다. 신분 비노출 위장수사의 경우에도 사전 승인이 필수 조건이다. 우 본부장은 "위장수사의 대상이 성인으로까지 확대되고 신분 비노출 위장수사 또한 긴박한 경우 사후승인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위장수사 범위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