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S 성폭력 밝히자 쏟아진 신도들 '2차 가해'…"정의 구현은 아직"

입력
2024.09.01 07:00
1심 징역 23년 받고 항소심 진행 중
'나는 신이다' 이후 신도 급감했지만
"피해자답지 않게 밝다"…2차 가해
PD 등 제작진엔 고소·고발 40여 건
피해자 측 "재판 장기화로 고통"

지난해 3월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인 정명석(79)과 교주 4명의 범죄 행각을 폭로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후 1년 5개월이 지났다. 당시 이원석 검찰총장이 정씨에게 엄정한 형벌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으나 1년 5개월이 지난 현재, 성폭력 피해자들의 싸움은 진행형이다. "피해자답지 않다"는 일부 교인들의 2차 가해와 고소·고발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싸움을 끝맺을 재판부 판결만을 기다리고 있다.

JMS 수뇌부 유죄 판결…"국내 신도 절반 떠나"

지난해 12월 정씨는 2018년 2월~2021년 9월 충남 금산군 진산면 월명동 수련원에서 23차례에 걸쳐 여신도들을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 이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징역 4년~징역 19년 3개월)을 뛰어넘는 형량으로, 재판부가 피해를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정씨의 성범죄를 도운 조력자들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여신도에게 잠옷을 주며 "여기서 주님을 지키며 잠을 자라"고 지시해 정씨의 준유사강간 범행에 가담한 'JMS 2인자' 김지선(45)은 1·2심에서 징역 7년을 받았다. 함께 기소된 민원국장 A(52)에 대한 징역 3년, 다른 간부 2명에 대한 징역 6개월~1년 6개월, 집행유예 1~3년 판결도 2심까지 유지됐다.

교주의 성범죄를 다룬 방송과 언론 보도, 수뇌부의 재판이 잇따르면서 많은 신도가 JMS를 떠났다. 지난해부터 탈퇴 신도 500여 명을 상담했다는 차재용 감리교 이단피해예방센터 목사는 "JMS 한국 교인 3만여 명 중 1만5,000~2만 명 정도가 떠났다고 한다"며 "다큐멘터리가 화제가 된 후 교단 내부에서 '나도 피해자'라는 증언이 쏟아져 나와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피해자 2차 가해에 '고소·고발 폭탄'

하지만 용기를 낸 성폭력 피해자들과 제작진에겐 2차 가해와 고소·고발이 쏟아졌다. 일부 JMS 교인들은 서울 도심에서 집회와 1인 시위를 열고 정씨가 "여론 재판에 억울하게 당했다"고 호소했다. 집회에서 피해자의 이름과 얼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아이디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 교인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 "성폭행 피해자라 하기에는 밝은 모습이다"라는 등의 주장을 펼치며 2차 가해를 하다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됐다. 하지만 충남 금산경찰서는 지난해 10월 22개 영상물 중 21개 영상물을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해 논란이 일었다. 영상 내용이 유튜버의 단순 의견 표현이라는 이유 등에서였다.

다큐멘터리 공개 후 제작진과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고소·고발은 40여 건에 달한다. 명예훼손, 협박, 변호사법 위반, 증거인멸 등 혐의는 다양하다. 불송치로 종료되면 다른 경찰서에 같은 내용으로 고발이 또 들어온다. 정씨의 1심 재판에서 성폭력 피해를 증언한 피해자 A씨의 경우 위증 혐의로 고발당했다가 지난해 12월 무혐의 불송치 결정이 났지만, 올해 4월 또다시 위증 혐의로 고발돼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JMS 측은 미국 넷플릭스를 상대로도 미 델라웨어주(州) 연방법원에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나는 신이다'에서 다룬 성범죄 의혹이 조작됐다는 취지다. 넷플릭스 측은 "저희 쪽 입장을 법원에 제출했고,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나는 신이다'의 조성현 담당 프로듀서(PD)는 성폭력특별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지난 14일 송치됐다.(바로보기) 영상 속 여성들의 신체가 당사자 동의 없이 노출됐고 넷플릭스에 다큐멘터리를 게재한 것은 영리 목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조 PD는 지난해 서울서부지법이 다큐멘터리의 상영금치가처분 신청을 기각시킨 판결에서 프로그램의 공익성은 이미 입증됐다는 입장이다. 조 PD는 "무너져 가는 JMS에 힘을 실어 준 게 우리나라 경찰이라는 사실이 슬플 따름"이라며 "정의 구현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고 했다.

반복된 재판 연기, 지쳐가는 피해자들

계속되는 2차 가해를 막을 방법은 신속한 사법 판단뿐이라고 피해자 측은 입을 모은다. 정씨 측은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 등으로 반복해서 재판을 미뤄왔다. 이 때문에 정씨는 구속기간 최대 연장 횟수인 3회를 채워 석방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지난 13일 구속 만료를 이틀 앞두고서야 검찰이 대전지법 제11형사부에 직권으로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해 추가 영장을 발부받았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덕수 정민영 변호사는 "재판은 길어지고 JMS 측이 '고소인들이 돈을 노린다'는 식으로 공격을 하다 보니 (피해자들이) 많이 힘들어한다"며 "결론이 빨리 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30년간 JMS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김도형 단국대 교수는 "지난 7월 피고인 측 변호인과 만난 자리에서 제게 '(정씨의) 형량이 높게 나오면 선교회 내 극단 세력이 피해자에게 보복할 수 있다'면서 '화해'를 하자고 하더라"며 "(정씨가)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하기 전까진 누구도 고소 취하할 생각 없다"고 강조했다.

정씨의 항소심 결심공판은 다음 달 6일 열릴 예정이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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