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착취물 유포 공모' 텔레그램 CEO 기소됐다... "SNS 범죄, 경영진도 형사책임"

입력
2024.08.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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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로프, 프랑스서 예비기소... 체포 나흘 만
"미성년 성 착취물·마약 등 범죄 공모 혐의"
추가 조사 후 정식 기소될 듯... "증거 많아"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러 대 서방 갈등도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러시아 출신 파벨 두로프가 28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기소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 불법·유해 콘텐츠 방치 및 유포 공모 등 혐의로 지난 24일 프랑스에서 체포된 지 나흘 만이다. 디지털 범죄와 관련해 온라인 플랫폼 기업 경영진 개인의 책임과 역할을 둘러싼 논쟁이 더욱 불붙게 됐다.

다만 이번 기소는 '예비기소'로, 정식 기소 여부는 추가 조사를 거쳐 결정된다. 그러나 이미 법원에서 두로프의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다'고 보고 있는 만큼, 실제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향후 절차 진행 과정에 따라 러시아 대 서방 간 갈등,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등도 계속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보석 석방... 출국금지·주 2회 경찰 출석해야

미국 뉴욕타임스(NYT)·A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검찰은 이날 두로프에 대해 예비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텔레그램 애플리케이션(앱) 내에서 이뤄지는 미성년자 성 착취물의 조직적 유포 및 마약 밀매 범죄를 방조·공모한 혐의, 프랑스 수사 당국과의 협조를 거부한 혐의 등이 적용됐다. 또 범죄 조직이 불법 행위를 저지르도록 플랫폼 관리를 공모한 혐의도 포함됐다. NYT는 "범죄 조직과의 공모 혐의만 인정되더라도 최대 10년의 징역형, 50만 유로(약 7억4,300만 원)의 벌금형을 받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법상 수사 판사는 범죄 혐의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지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예비기소를 한다. 일종의 준(準)기소다. 본기소 여부는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리는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정해진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예비기소 자체만으로도 법원이 두로프의 불법 행위를 뒷받침하는 충분한 증거가 있고, 더 깊이 조사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두로프는 500만 유로(약 74억 원)의 보석금을 내는 조건으로 이날 석방됐다. 그러나 출국금지 조치가 취해져 당분간 프랑스를 떠날 수 없고, 주 2회 경찰에도 출석해야만 한다.

두로프에 대한 프랑스 검찰 수사는 올해 2월 개시됐다. 미성년자 성착취물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텔레그램에 '용의자 신원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응답을 못 받자 한 달 뒤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두로프는 이와 별개로 '아들 학대 의혹'과 관련해서도 아내로부터 고발당해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SNS 경영진 개인에 형사책임 지울 수 있나

두로프 사건은 SNS 기업 수장에게 온라인 플랫폼상에서 벌어지는 타인의 범죄에 대한 형사 책임을 지우려 한다는 점에서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강력한 보안성에 힘입어 급속히 이용자를 늘린 텔레그램은 권위주의 국가에서 저항의 수단이 되는 순기능을 발휘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극단주의 콘텐츠·가짜뉴스 확산의 주요 경로는 물론,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받아 왔다.

두로프는 텔레그램 운영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최소한의 관리 책임조차 방기해 이용자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게 프랑스 수사 당국의 논리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NYT는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 보호, 보안에 대한 기술 기업의 역할 및 책임의 한계에 대한 논쟁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민간 모두 텔레그램 사용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는 '두로프 수사'가 서방의 정치 공작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텔레그램 장악을 위해 배후에서 프랑스에 이 사건 수사를 사주했다는 불만도 함께 드러내고 있다.

위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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